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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 중세 이야기 -위대한 8인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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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 중세 이야기 -위대한 8인의 꿈

입력
2001.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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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중세는 과연 암흑의 시기였던가. 천년 세월(5~15세기)을 규정하는 논리가 마녀, 종교재판, 흑사병, 환상, 무지, 신절대주의 밖에 없는가. 노먼 캔터의 '중세 이야기'는 잃어버린 천년을 다시 인간에게 돌려 준다.'위대한 8인의 꿈'이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중세의 시작에서 중세의 겨울까지, 시대를 치열하게 살다 간 8명의 인물이 남긴 궤적을 가상 인터뷰 방식을 빌어 재구성해 낸다.

생시 엄정한 교부철학자였던 성인 토마스 아퀴나스마저 '뚱뚱하고 어린 토마스'로 현대인에게 다가 온다.

"늙은 유대인 매춘부가 카이사리아의 주교와 함께 수행원을 거느리고 이리로 오고 있어." 326년 9월 어느 더운 날 오후, 팔레스타인 해안에서 동쪽으로 약 1마일 떨어진 교차로상이다.

말하는 사람은 여관집 주인 스페로, 매춘부란 유대인 하녀이자 그의 첩을 가리킨다. 실제 그녀의 모델은 콘스탄티누스 황제의 부인 헬레나 황후다.

스페로는 이집트 알렉산드리아 출신으로 경제적으로나 학문적으로 로마 제국의 중심지였던 동지중해 도시의 중산층 상인이다.

그리스-로마 다신교주의자인 그는 격렬한 반유대주의자다. 프롤레타리아 계급 유대인과 친했던 헬레나는 콘스탄티누스를 유혹, 첩으로 들어앉게 된다.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기독교를 공인하고 유대땅으로까지 영향력을 확장한 중세의 사건이 여염집 베갯머리 송사로 비유돼, 이천년 후대 사람에게 살아 온다.

딱딱한 중세 역사서의 대사건들이 곰팡내 나는 서가를 뛰쳐 나와 흥미진진한 가십으로 거듭났다.

주고 받는 대사에서 배경과 소품까지 생생히 살아 오는 이 책은 '가상현실 게임 대본'이라는 평까지 들었다.

아우구스티누스, 앨퀸, 훔베르트, 힐데가르트, 엘레오노르, 그로스테스트, 베드퍼드 존 등 중세를 대표하는 나머지 7명의 삶 역시 하루에 응축됐다.

"포스트모던 역사서술의 정수"라는 찬사와 함께, "역사를 경량화시켰다"는 비난이 동시에 퍼부어졌던 이 책은 원래 미국에서 중고교생용 역사책으로 기획됐던 것이다. 지은이 노먼 캔터는 뉴욕대 등지에서 44년 동안 중세사를 가르친 원로 역사학자.

캔터는 자본주의 세계화의 급류에 휘말려 꿈과 희망을 잃어가는 현재는 아득한 중세에서 상상력과 가능성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우리 시대에 묻는다.

새물결 출판사는 '중세의 결혼' '중세부터 르네상스까지' 등을 출간해 중세 인식을 환기시켜 왔다.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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