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시행된 요양급여비용 계약제는 의료수가를 보건복지부에서 일방적으로 정하여 고시하던 종래의 제도를 바꾸어, 의료수가와 기타 급여비용과 관련된 사항을 보험자(공단)와 의료공급자가 계약을 통해 결정하는 제도이다.따라서 요양급여 비용 계약제는 우리 나라 건강보험체계에 큰 변화를 가져오는 제도이고 이를 어떻게 시행하느냐에 따라서는 보험재정을 안정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요양급여비용 계약제 시행의 중요한 의제는 첫째, 계약의 당사자가 누구이고 당사자들이 어떠한 권한을 가지고 계약에 임하는가이고 둘째, 계약의 내용 즉 무엇을 대상으로 계약을 체결하는가, 그리고 어떠한 절차를 거쳐 협상을 하고 협상 결렬 시 어떠한 중재나 조정 과정을 거치는 가이다.
이와함께 가장 큰 쟁점 중 하나는 계약의 내용, 즉 무엇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는 가이다.
현재 계약제는 의약품 및 진료재료는 실제거래 가격으로 보상하고, 계약은 현행 행위별 수가제에서의 의료수가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행위별수가제는 의료의 양을 증가시켜 의료비용 상승을 초래하므로 이에 대한 대책으로 의료비를 억제할 수 있는 장치를 계약의 내용에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국내총생산(GNP)과 같은 가입자의 부담능력을 고려하여 목표 의료비를 산출하고, 실제 의료비가 목표 의료비를 상회할 경우 다음 해의 의료수가 인상을 일정 부분 삭감하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의료수가뿐 아니라 약품비와 진료재료비, 급여 범위, 요양기관 지정 여부 등도 계약 대상으로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보다 장기적으로는 의료수가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기보다는 독일과 캐나다처럼 정해진 기간 동안의 총의료비를 계약하는 총액계약제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의료비 총액 계약제도는 총의료비 지출 규모를 예측할 수 있고 국가 전체 자원 중 어느 정도를 보건 의료부분에 투자할 것인가를 미리 결정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계약제가 정착되기 위해서는 계약의 당사자인 건강보험공단과 의료공급자 대표들이 협의회를 구성하여 주기적으로 의견을 교환하고 신뢰를 형성하며 타협의 문화가 뿌리내려야 할 것이다.
또 건강보험공단과 의료공급자단체가 연구 역량을 강화하여 제반 경제지표를 포함한 의료기관 경영 수지, 가입자 건강 상태, 인구구조 변화, 의료기술 등이 의료비에 미치는 영향을 객관적으로 분석하여 협상에 임한다면 계약의 체결이 더욱 용이할 것이다.
권순만·서울대 보건대학원 보건정책관리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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