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시대에 유독 사채시장에서만 반사회적 초고리와 불법적인 채권추심행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뒤늦게나마 정부와 여당은 이자제한법은 부활하지 않지 않는 범위 내에서 대책 마련에 부심하다가 '금융이용자보호에 관한 법률'의 제정을 추진, 이르면 7월부터 시행한다고 한다.
발표된 법안에 따르면 사채업자에게 등록을 의무화하고, 개인 또는 소기업에 대한 3,000만원 이하의 여신에 대하여는 연 60%를 초과한 이자를 받을 수 없게 하며, 이미 지급한 초과이자에 대해서는 반환청구권을 인정하는 것을 주요골자로 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 법안은 최고이율을 정하는 이자제한법과 사채업자를 양성화하고자 하는 대금업법을 적당히 결합한 형태를 갖고 있다.
그러나 이 법안은 그 실효성도 의문시되거니와 법리적으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첫째, 법안은 소액여신에 제한이율을 설정하고 있으나 이에 해당되지 않는 여신은 고리에 그대로 방치되는 문제점이 우선 발견된다.
즉 개인간 또는 소규모기업에 해당되지 않는 중소기업 심지어 대기업에 대한 여신은 폭리에 방치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사채업자는 3,000만원 이하의 대출은 기피할 것으로 보이고 다른 한편 채권자와 여신금액에 따라 고리 규제가 달라지기 때문에 자금시장의 왜곡과 함께 채무자의 피해가 우려된다.
둘째, 최고제한이율이 지나치게 높다. 우리나라의 이자제한의 역사를 보거나 외국의 예를 보아도 최고이율을 연 60%로 한 예를 찾아 보기 어렵다.
일본의 경우도 무효로 하는 제한이율은 최고 연20%에 불과하고 형사처벌을 가하는 고리의 기준도 최근 점점 엄격해지고 있다.
셋째, 법안은 사채업자가 등록하지 않으면 아무런 효험을 발생시킬 수 없는 맹점이 있다. 사채업자들이 과연 이 법을 준수하며 양성화할 수 있을까.
연 1000% 이상의 고리로 이미 재미를 톡톡히 본 사채업자가 연 60%의 이율을 보장하여 준다고 쉽게 양지로 나오리라고 보는 것은 안이하고 순진한 판단에 불과 할 것이다.
처벌과 단속의 으름장이 클수록 사채업자는 지하로 숨어버리는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넷째, 사채업자를 양성화하여 이를 규제하려는 이 법안의 근본취지에 비추어 초과이자 부분을 무효로 하거나 기지급분에 대한 반환청구권을 이 법안에 담으려는 것은 과욕이자 법리적으로 볼 때 무리가 따른다.
대부업자를 단속하는 법규와 제한이율을 설정하고 무효로 하는 법규는 그 기본성격을 달리하기 때문이다.
현재 극성을 부리는 고리업자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사채업자를 규제하는 법안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종래의 이자제한법을 단순히 부활할 것이 아니라 그 실효성을 담보하는 내용으로 입법하여야 할 것이다.
구체적인 입법방향을 제시하면 첫째, 모든 소비대차채무에 제한최고이율을 설정하되, 구체적인 제한이율은 종전처럼 대통령령에 위임하는 태도가 바람직하다.
금융기관의 금리가 현재 사상 최저인 점을 감안하면 제한이율은 연 25%가 적정할 것이다. 둘째, 제한초과부분 무효규정과 초과이자지급에 대한 반환청구권은 이자제한법에서 규정하여야 할 것이다.
셋째, 이른바 선이자공제의 특약에 대하여도 규제하여야 한다. 종래 우리 판례의 태도처럼 선이자가 제한이율을 초과하는지 여부는 실제 수령한 금액을 기준으로 규정하여야 할 것이다.
현재와 같은 초저금리시대에 왜 유독 사채시장에서만 초고리가 기승을 부리는지 그 원인처방에 모든 지혜를 모아야지 이제 와서 이자제한법의 실효성에 트집을 잡을 현실이 아니다.
정부는 고리규제에서 애매모호한 대증요법으로써 우왕좌왕할 것이 아니라 권리구제면에서 강화된 이자제한법도 함께 부활하여 더 이상의 피해를 조속히 막아야 한다.
사채시장에 대하여만 정부가 유독 신중히 접근할수록 구제에 목말라 하는 피해자는 실망과 함께 의심만 증폭할 것이다.
백태승·연세대 법대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