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에 이름을 알린 모델이라면 배우로의 변신은 따놓은 단상일 것 같은데 의외로 배우로 성공한 모델이 많지 않다.'아메리칸 지골로' 에 출연했던 로렌 허튼은 최근 초라한 조연으로 이따금 얼굴을 비추는 정도라 '그린 카드' 이래 꾸준히 성장한 앤디 맥도웰과 대조가 되고 있다.
슈퍼 모델들도 아직은 탐색전에 그치는 느낌이다. 독일의 슈퍼 모델 클라우디아 쉬퍼는 아벨 페라라의 '블랙 아웃' 으로 칸 영화제를 찾기도 했으나 좀 더 두고 봐야겠고, 미국의 신디 크로포드는 '페어 게임' 과 같은 진부한 액션물에 출연해 혹평을 들었다.
영국 출신의 흑인 모델 나오미 캠벨이 그나마 모범적으로 스크린을 방문하고 있는 것 같다.
비중은 작지만 탄탄한 영화에 꾸준히 출연하기 때문이다. 온 가족이 각기 새로운 연인을 찾아 나섰다가 반려자에게 돌아온다는 코믹 멜로물 '마이애미 랩소디' 에서 TV만 보는 남편에게 불만을 느껴 외도하는 모델로, 정신 이상자에게 걸려든 여인을 그린 서스펜스물 '프라이버시' 에서는 여주인공을 돕는 친구로, 폰 섹스 걸이 된 여배우 지망생 이야기 '걸 6' 에서는 폰 섹스 걸로 출연했다.
패션계의 이면을 그린 '패션 쇼' 와 '언지프' 에서는 캠벨이 실명으로 출연해 '검은 브리지트 바르도' 의 자태를 과시했다.
마침내 캠벨의 개성에 흠뻑 빠져들 수 있는 주연작이 출시되었다. 스티브 디마르코의 1999년 작 '프리즈너 오브 러브(Prisoner of Love) ' (15세, 아이비전).
인질로 잡힌 여인으로 분해 옷을 많이 갈아입지 않는 것이 아쉽지만, 완벽한 몸매를 드러내는 드레스, 셔츠, 청바지 차림에다 헤어 스타일에서 걸음걸이까지, 그녀만의 매력이 넘쳐 난다.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데 연기도 평균치를 상회하니 무얼 더 바랄까 싶다.
살인 사건을 목격한 화가 지망의 바텐더 트레이시(나오미 캠벨)를 죽이라는 명령을 받은 착한 갱 조니(에릭 탈)는 그녀에게 사랑을 느껴 외딴 건물에 가둬두고 정성껏 돌본다.
탈출 기회만을 노리던 트레이시도 조니의 진심에 마음이 기울고.
비디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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