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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 20세기 여성 사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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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 20세기 여성 사건사

입력
2001.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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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history)는 '남성의 이야기(his story)'다. 여성들의 삶은 역사 밖에 있는 체험이었다.그것은 한때의 유행, 신문 지상의 선정적인 사건, 평범에도 미치지 못하는 여성의 일상 등으로 폄하됐다. 여성사 연구모임 '길밖세상'이 지은 '20세기 여성 사건사'는 여성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역사를 쓰려는 의지에서 출발한다.

1931년 평양 고무공장의 노동자 강주룡은 회사의 일방적인 임금 삭감 통고에 맞서 파업을 감행하다 회사에서 쫓겨났다.

해고된 다음날 강씨는 을밀대에 올라가 고공 농성을 시작했다. 그는 "끝까지 임금 감하를 취소치 않으면 나는 노동 대중을 대표하여 죽음을 명예로 알 뿐입니다"라고 외쳤다.

강씨는 강제로 끌려 내려와 평양경찰서에 체포됐지만, 공장 파업은 여론의 관심과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

'길밖세상'은 여성의 역사를 기술하는 방법으로 '사건사'를 선택했다. 사건은 역사 속에 기록되지 못한 개인의 경험이다.

역사는 인과성을 갖는 시간의 흐름이지만, 사건은 우연적이고 일회적인 것이다. 이 파편적인 사건들이 사회ㆍ역사적 맥락에서 재구성됐다. 주류에 편입되지 못했던 사건들이 '역사'가 됐다.

남자와 함께 공부하기 위해 남자처럼 머리를 짧게 깎은 기생 강향난의 모단(毛斷ㆍmodern) 선언, 불행한 결혼생활에 시달린 김용주와 그의 아픔을 위로한 동성의 애인 홍옥임의 철도자살 사건, 정신대의 실상을 알린 일본군 위안부 김학순 할머니의 낮은 목소리, 칠순 나이에 이혼소송을 낸 이시형씨의 "단 하루라도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외침 등이 담겼다.

김은실 이화여대 교수의 설명처럼 "사건을 문제화하는 이 책은 20세기 우리 사회를 재조명하는 여성주의의 역사쓰기"다.

김지영기자

kimj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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