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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美태평양사령부를 다녀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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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美태평양사령부를 다녀와서

입력
2001.05.1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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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는 태평양의 시대다.”하와이 호놀룰루에 주둔하고 있는 미 태평양 해군의 고위장교는 이 말로 브리핑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 말은 단순히 태평양에 주둔하고 있는 군이 자신의 작전지역을 강조하는 수사만이 아니다.

조지 W 부시 정부의 새 국방정책의 축이 동아시아로 옮겨가고 있고, 러시아 대신 중국이 미국 세계전략운용의 주요 상대로 떠오른 현실을 그대로 옮긴 적실한 표현이다.

동서로는 미 본토의 서부해안에서 아프리카 동부 해안까지, 남북으로는 남극에서 북극까지, 전 지구표면의 50%가 넘는 광활한 지역에 16개의 시간대가 지나가고 세계인구의 60%, 무려 43개 국가를 포함하는 지역.

미 태평양사령부가 관할하는 작전지역은 정말로 광활하다. 중국과 미국, 러시아, 인도, 남북한 등 세계 6대 군사강국이 태평양을 끼고 있고, 미국이 맺고 있는 7개 방위조약 중 5개가 이 지역을 무대로 하고 있다.

또한 미국 교역의 35%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이루어지며, 세계 총생산의 34%가 여기서 나온다. 태평양 사령부의 육해공군과 해병대에 30여만 명의 병력과 막강한 화력이 배치된 것이 이 지역을 보호하고 현상을 유지하는 일이 미국의 이해에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무력의 배치는 그 자체로 의지의 과시이다. 브리핑 장교들은 미국의 이익을 위해, 분쟁의 해결을 위해 막강한 무력이 사용될 수 있다는 의지를 분명히 느끼게 했다. 의지의 분명한 과시만으로도 분쟁은 예방될 수 있다. 바로 억지력이다.

그러나 아시아 태평양지역이 억지력으로만 유지될 수 있을 만큼 단순하지는 않다. 또 미국이 얼마나 아시아에 ‘전문적’인지도 아직 분명치 않다.

태평양사령부가 예측하는 아시아지역의 시나리오도 명과 암이 공존하고 있었다. 한반도의 긴장이 완화하고 중국이 개방적 정치로 나오면서 일본과 미국의 군사유대가 강화하는 것이 안정적 시나리오라면, 미국의 영향력 퇴조, 중국의 민족주의적 노선 강화, 미일 안보조약의 약화, 지역군비경쟁의 가속화 등은 부정적 전망이다.

최근들어 이 지역에서 가시화려는 듯 단호함이 느껴지는 게 요즘 미국의 인상이다. ^국익을 최우선시하는 대외정책은 부시 정권이 집권이전부터 외쳐온 원칙이다. 국익보호의 최일선 현장인 군을 돌아보면서 힘의 정책을 고집하는 부시정부가 더욱 눈앞에 다가왔다.

사실 부시정부는 주요각료들의 면면만으로도 태생적으로 ‘군사 편향적(military oriented)’일 수밖에 없는지도 모른다.

‘조용한 외교’보다는 ‘힘의 외교’를 추구하는 모습이 갈수록 노골화하는데서, 어쩌면 유일강대국만이 가질 강박관념마저 느껴진다. 지금 국제적 논란을 빚고 있는 미사일방어체제 문제에서 바로 이 느낌을 받는 것은 역설적이지 않을 수 없다.

얼마 전 하와이 동서연구센터(East-West Center)가 가진 세미나에서 한 발표자는 “군비증강 정책이 안보를 강화하기보다 약화할 수 있다는 아이러니를 명심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센터는 소개했다.

이 지역 최대 국가인 중국을 노골적으로 자극하고, 필요하다면 갈등도 마다하지 않은 채 추구되는 미국의 국가이익이 이 지역에서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지켜 볼 일이다.

조재용 국제부장

jae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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