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국회 통과가 기대되었던 자금세탁 방지 관련 법안 처리가 또다시 무산됐다. 이 법안의 주요쟁점은 정치자금이 대상에 포함되는지 여부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자금세탁방지 관련 법안은 우리나라의 경제여건과 금융시장이 직면하고 있는 상황에 비추어 시급히 제정되어야 한다.
올해부터는 외환시장이 완전 자유화해 외환의 불법유출이 급격히 증가할 것이므로 이를 감시할 시스템이 필요한 것이다.
다음으로, 금융범죄 예방차원에서 필요하다. IMF사태 이후 우리 금융시장에는 과거의 모든 제한이 해제되어 새로운 질서가 도입되고 있다.
이런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불법 거래와 금융범죄를 효과적으로 제어하기 위해서는 모든 금융거래가 모니터링되어 비정상적 자금의 흐름을 조기에 적발할 수 있는 대책이 수립되어야 한다.
셋째는 범죄와 관련된 해외의 불법자금이 국내에 유입되어 금융시장을 교란시키지 못하도록 감시하기 위해 필요하다.
외화유치가 무조건 환영받고 있는 우리나라의 실정은 자금 세탁자들에게 가장 좋은 세탁 중계 기지가 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불법자금은 그 특성상 단기 핫머니일수 밖에 없어 국내 금융시장을 혼란에 빠뜨린 뒤 유출되고 만다.
국내에서 해외로 나간 자금도 외자로 위장 유입되어 증시 투자자들에게 많은 피해를 끼쳤고 앞으로도 그럴 가능성이 많다.
넷째는 범죄와 관련된 자금세탁방지의 국제협력을 위해 필요하다. 1989년 파리 G7 경제정상회담의 합의에 따라 창설된 자금세탁방지 협력을 위한 국제기구(FATF)는 작년 6월 러시아, 이스라엘 등 15개국을 자금세탁방지 비협조국(NCCTs)으로 선정해 발표하였고, 6월에도 추가로 15개국 정도의 비협조국을 지정, 발표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도 자금세탁 관련법 제정지연으로 인해 지정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 일반적 관측이다.
그렇게 되면 대외적 국가 위신의 추락은 물론 모든 대외 금융거래와 무역거래시 온갖 불편과 불이익을 감수해야 된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정부안대로 우선은 정치자금을 제외하고 자금세탁 관련법을 통과시키는 것이 실효성 측면에서 더 나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이것이 최선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자금세탁방지법의 제정이 시급한 만큼 정치자금에는 당분간 정치자금 규제법을 적용하는 방안을 차선택으로 선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부분적 문제 때문에 전부를 포기해 국가 전체를 어려움에 빠뜨리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강두수·글로벌 파이낸스 컨설팅 서비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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