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세계의 IT도시들] (18) 美 보스턴-下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세계의 IT도시들] (18) 美 보스턴-下

입력
2001.05.10 00:00
0 0

보스턴은 실리콘밸리와 여러면에서 다르다. 섬유산업을 중심으로 한 산업도시로서 수백년간 이룩해온 역사적 배경이나 무게부터가 다르다.폐쇄적이고 보수적인 이미지도 이 같은 역사적 전통과 무관하지 않다. 이런 전통은 이곳의 첨단기업들이 실리콘 밸리가 갖지 못하는 안정적인 기업풍토를 일궈내게 된 밑거름이 됐다. 보스턴은 땅에 발을 확고하게 디딘채 새로운 도약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함께 이곳 기업들의 뚜렷한 특징은 전체적으로 규모가 작다는 것이다. '매사추세츠 소프트웨어 카운슬'에 따르면 보스턴 전체 기업의 70%가 25명도 채 안 되는 종업원 만을 고용하고 있다. 86~90%는 개인 소유이기도 하다.

또 각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의 52%가 전문기술을 갖고 있으며 48%가 적어도 1개 이상의 이 지역 대학 졸업장을 갖고 있다. 보스턴에 밀집한 명문대의 학문적 토양과 기업환경이 만들어낸 당연한 결과다.

벤처기업 성공의 열쇠인 특허쪽에서도 매사추세츠주는 단연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다.

매사추세츠 기술협에 따르면 1999년 기준으로 거주자 10만 명 당 평균 56개의 특허를 출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첨단 기업들이 몰린 다른 어떤 주들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로, 의학기술 분야 특허가 전체의 22%를 차지하고 있다.

이곳에 터를 잡고 있는 하버드와 MIT 등 세계 최고의 대학과 연구 기관들은 보스턴을 미래 첨단산업의 중심지로 거듭나도록 하는 가장 큰 원동력이다. 특히 여기서 나온 수많은 아이디어와 벤처 기업들은 이 지역의 명문 컬설팅 및 창업 투자회사들에 의해 탄탄한 기업으로 성장한다.

재미 과학기술자협회 회원이자 링킹에지 테크놀로지란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는 김경호(金慶浩·48)씨는 "이들 대학과 선진화된 금융시스템의 절묘한 조화가 보스턴을 벤처 산업의 귀감으로 만드는 힘이다"고 말했다.

대학들은 이제 과거 상아탑에만 안주하던 관행을 버리고 새로운 기술 및 상품개발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대부분 교수들은 1~2개 기업과 관계를 갖고 있다.

또 각 대학들은 벤처 기업들을 발굴, 육성하기 위한 각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MIT 엔터프라이즈 포럼은 벤처 희망자들이 매달 한 차례씩 아이디어를 발표하는 기회를 마련, 가능성이 있는 기업에게는 5만 달러씩의 창업자금을 지원해주고 있다.

이 때문에 정보통신부 산하 소프트웨어 진흥원도 우리나라 IT 업체들의 미 동부쪽 전진기지로 보스턴을 택했다. 5월 루트 128상의 워번 지역에 조성될 'I-Park'가 그것이다.

이는 실리콘 밸리의 이어 미 동부쪽 진출을 희망하는 우리나라 벤처 기업들에게 일종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할 예정이다. 당초 보스턴 이외에도 뉴욕과 워싱턴 인근 북버지니아가 서로 후보지로서 경합을 벌였으나 오랜 비교 검토 끝에 보스턴 지역으로 정해졌다.

이 지역의 첨단 산업 전문 주간지인 하이테크지(誌)의 마크 필스버리 편집장은 "신기술의 발원지로 1970년대 '매사추세츠의 기적'을 일으켰던 보스턴은 이제 다시 부활하고 있다"면서 "최고급 두뇌와 첨단 기술, 풍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멀지 않은 장래에 옛 명성을 되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윤오기자 yohong@hk.co.kr

■워싱턴, IT중심지로 바뀌고 있다

백악관과 국회의사당으로 상징되는 미국의 수도 워싱턴이 변하고 있다. 정치ㆍ행정이란 정장을 벗어 던지고 IT와 하이테크라는 캐주얼 차림으로 급격히 바뀌어가고 있는 것이다.

워싱턴 D.C.와 덜레스 공항을 연결하는 267번 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북버지니아 레스턴, 헌던 지역부터 공항 인접한 지역에 걸쳐 각종 IT 회사들이 또 하나의 밸리를 형성하고 있다.

워싱턴을 이른바 '디지탈 캐피탈(Digital Capital)'로 변신시킨 주역들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인터넷 접속사업자인 아메리카 온라인(AOL)을 비롯, 미국의 톱10 인터넷망 공급 업체들인 MCI, UUNET, Digex, 유명 ISP 업체들인 Erols, Sprint, PSINet 같은 회사들이 이곳에 터를 잡고 있다.

또 넥스텔이나 윈스타, 텔리전트, 메트로콜 등 무선통신 업체들이나 컴셋(COMSAT), 인텔셋(INTELSAT), 스카이브릿지(Skybridge) 같은 이동 위성통신 업체들도 이곳이 본거지다.

이들 업체는 연간 900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 미국 전체 관련 산업 매출액의 11%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미국 인터넷망의 절반이 이 지역 업체들에 의해 공급되고, 인터넷 접속서비스 역시 전체의 50%가 이 지역 ISP 업체들에 의해 공급되고 있다.

최근 조사결과 이곳 패어팩스 카운티의 가구 당 연간 평균수입이 9만 달러로 미국내 가장 부자 카운티로 나타난 것도 이 지역의 IT산업 집중과 무관하지 않다.

이런 호황의 배경에는 무엇보다 수도라는 지정학적 이점이 크게 작용하고있다. 즉 연방정부는 최고의 기술제공자인 동시에 상품화 된 기술을 소비해주는 최대 고객으로서 연간 2,000억 달러에 달하는 물품과 서비스를 구입해주고 있다.

또 국립과학재단(NSF)과 국립보건원(NHI) 등 연방정부의 연구개발과 기술투자도 이곳 IT산업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외국 기업들의 진입이 두드러지면서 이들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3년 전보다 두 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선트러스트뱅크 워싱턴 지사장이자 워싱턴 광역 무역위원회(Greater Washington Board of Trade) 산하 워싱턴 광역 기획단(Greater Washington Initiative)의 피터 노스트랜드 회장은 "각국 대사관과 국제경제단체가 밀집한 수도의 이점과, IT 산업을 중심으로 한 신ㆍ구 경제의 통합으로 이 지역이 정치중심에서 새로운 경제중심지로 거듭나고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홍윤오기자 yohong@hk.co.kr

■'SW카운슬' 플로트킨회장-"한국 IT기업에 매사추세츠는 기회의 터전"

"IT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역시 기술혁신입니다."

매사추세츠 소프트웨어 카운슬의 조이스 플로트킨 회장(여)은 이 지역 첨단 하이테크 산업의 최대 강점으로 기술혁신(Innovation)을 꼽았다.

그는 "보스턴 지역은 하버드나 MIT와 같은 세계 유수 대학의 최고급 두뇌들에서 나오는 아이디어와 금융자본이 조화를 이루면서 끊임 없는 기술혁신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가 이끄는 소프트웨어 카운실은 이 지역 첨단 기업들의 창업과 성장을 관리 지원하는 주정부 산하 기구. 직원이 10명도 채 안되지만 역할이나 사명감은 웬만한 협회나 기업연합조직에 못지 않다.그는 "적은 인원이지만 이 지역 IT업체들의 미래를 책임진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기구는 수시로 각종 리서치를 통해 전체 산업계 동향은 물론 특정 IT분야에 대한 성장가능성, 개선사항 등을 파악해 기업들에게 자문을 해주고 있다.

또 이 지역 3,000여 개 IT 기업들에 대한 세부 정보를 일목 연하게 정리한 가이드북을 만들어 배포하는가 하면 연방 정부와 의회에 대한 로비도 수행한다. 이 가이드북 한 권 만 있으면 각 업체들에 대한 규모, 직원 수는 물론 주요 생산품, 연간 매출액 등 주요 정보를 한꺼번에 파악할 수 있다.

플로트킨 회장은 "최근 몇 년 새 업체들의 급증으로 사무실 임대료나 주거비용이 함께 상승했으나 올들어 진정기미를 보이면서 신규 업체들의 진입이 더욱 용이해졌다" 면서 더 많은 업체들이 진출해오기를 희망했다.

그는 특히 "아시아와 유럽 등의 외국 업체들의 진출이 활발하지만 아직까지 한국 업체들의 진출은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면서 "우수한 한국 기업들에게는 좋은 기회의 터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 지역은 인터넷과 소프트웨어 산업이 특히 발전했지만 그 외에도 생명공학이나 통신, 전자상거래, 의료, 사진산업 등이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소개했다.

최근 이른바 '닷컴' 기업들의 전반적인 몰락 양상도 크게 우려할 바는 아니라는게 그의 시각이다. 그는 "벤처 기업들의 성공확률은 1%도 채 안 된다"면서 "시행착오와 실패를 거듭하면서 노하우를 쌓고 새로운 아이디어와 도전 정신을 갖고 있는 한 성공의 길이 열리게 돼있는 법"이라고 충고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