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부가 8일 '금융이용자보호법 입법요강'을 통해 '사채업자의 3,000만원 이하 소액여신 이자율을 연 60% 이하로 제한한다'고 발표하자 사채 피해를 본 서민들로부터는 '사채업자의 고금리를 사실상 인정하는 악법'이라는 비난이, 사채업자로부터는 '현장에는 한 번도 나와 본 적 없는 공무원들이 책상 위에서 만든 졸속 법안'이라는 혹평이 동시에 쏟아지고 있다.재경부 금융정책국 관계자는 "사채업자와 서민들로부터 걸려오는 항의 전화로 하루 종일 업무가 마비될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6월 입법-7월 시행'일정에 큰 차질이 예상되며 법안의 골격이 흔들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 사채업자 보호법이냐
서민들은 정부가 최고이자율을 60%로 결정한 것에 대 "사채업자들의 고금리 횡포를 규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채업자가 은행 금리의 6배나 되는 고금리를 받도록 허용한 것"이라며 발끈하고 있다.
한국일보 인터넷 여론광장에 글을 올린 한 시민은 "은행 이자가 연 14~18%이던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이전에도 이자제한법 때문에 연간 40% 이상의 고금리는 형사 처벌 대상이었다"며 "은행 금리가 6~9%인 상황에서 최고이자율을 60%로 정한 것은 정부가 악덕 고리사채업자를 비호하고 있다는 것 밖에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 사채업자 다 죽는다
사채업자들은 금융이용자보호법이 정부 안대로 시행될 경우 살아남을 사채업자는 아무도 없다고 주장한다. 고객들 대부분이 신용불량자이기 때문에 빌려 준 돈의 평균 30%는 회수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연간 60%의 금리만으로는 사무실 운영비도 감당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사채업자는 "1억~2억원을 굴리는 중소 사채업자의 경우 임대료(100만원), 사무실 운영비(250만원), 전주(錢主) 배당금(월 500만원 안팎) 등 월 1,000만원 가까운 필요경비가 발생한다"며 "최소 연간 100%의 금리가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사채업자 역시 "이자가 연 60%이하로 규제된다면 사채업자 대부분이 '대금업자'로 등록하는 대신, 폐업을 하거나 지하에서 음성적으로 고금리 사채를 계속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일부 사채업자들은 "사채업자를 규제해야 한다면, 서류를 위조해 몇 억원의 돈을 빌린 뒤 '배 째라' 식으로 나오는 악덕 채무자의 처벌 규정도 마련해야 한다"고 반발하고 있다.
■ 구멍뚫린 보호법
전문가들은 정부가 여론에 떠밀려 법안을 졸속으로 추진, 곳곳에 구멍이 뚫렸다고 지적한다. 우선 사채업자가 세원 노출을 줄이거나, 고금리를 받기위해 위장 대리인을 내세워 개인간의 금전거래로 위장할 경우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사채업자들은 "정부 규제를 피해나갈 편법은 얼마든지 있다"고 밝히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 역시 "신용카드 연체금리를 계약금리의 1.5~1.7배로 정하면 현재 연 29%인 연체금리가 현금서비스 금리(연 27%) 보다 낮은 24%에 머무는 등 금리 역전현상이 발생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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