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장이 판공비로 선물하거나 접대한 일반인의 이름까지 공개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개인의 신상 정보는 사생활 보호를 위해 공개하지 않아도 된다고 본 1심 판결을 서울 고법이 뒤집은 것이다.
서울시가 승복하지 않아 대법원 판결을 기다려야 하지만, 우리는 이번 판결이 판공비 사용의 투명성을 높이고 납세자 권리를 보호하는데 바람직하다고 본다.
이 판결은 국가기관과 자치단체, 공기업의 무분별한 판공비 사용 악습을 척결하려는 시민단체의 끈질긴 투쟁이 거둔 또 하나의 승리다.
서울시는 오랜 갈등 끝에 판공비 사용내역을 공개하면서도, 시정 협조에 대한 사례 등의 명목으로 선물과 음식, 금품을 제공한 일반인의 신상 정보는 공개하기를 거부했다.
사생활 침해를 꺼리는 시민의 시정 참여를 가로막아 업무 추진에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시민단체는 한 해 5억원이 넘는 시장 판공비 가운데 공무원 아닌 일반인에게 쓴 내역을 모르고는 실질적 예산 감시가 어렵다고 소송을 냈다.
이에 대해 주민등록번호만 지우고 판공비 사용 대상자의 이름과 직책을 모두 공개하라고 한 항소심 판결이유는 설득력을 지닌다.
판공비는 공적 업무에만 쓰게 돼 있고 기밀성을 띤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고도의 사적 정보가 아닌 이름 과 직책 정도를 공개하더라도 당사자에게 불이익을 초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판결은 자의적이고 방만한 예산 사용을 막고 시민의 감시를 보장하는데 걸림돌이 된 공공기관의 폐쇄적 장벽을 한층 허문 것이다.
납세자와 시민단체의 거센 비판과 투명성 요구에도 불구하고 판공비를 '눈 먼 돈'또는 '주머니 돈'인양 제멋대로 쓰는 관행이 여전하다.
서울시 구청장 대부분은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판공비를 10억원 이상으로 크게 올려 투명한 사용을 의심하게 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판공비 사용 대상을 낱낱이 공개하도록 요구하는 판결은 국민의 혈세를 선심성 접대나 사적 용도에 함부로 쓰는 관행에 제동을 걸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이번 판결은 국민의 세금을 쓰는 공공기관은 어떤 핑계로도 국민의 감시를 벗어날 수 없다는 원칙을 확인한 것이다.
업무 효율성이나 개인의 권익 등이 납세자의 권리를 제약할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국가기관과 자치단체는 물론이고, 국정감사 등을 통해 지극히 문란한 판공비 사용 실태가 드러난 공기업 등에 대한 공적 감시에도 적용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국민의 돈을 제 멋대로 쓰는 '범죄행위'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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