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골프세상] 골프정신 저버린 정치인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골프세상] 골프정신 저버린 정치인들

입력
2001.05.10 00:00
0 0

골프가 왜 평생스포츠로 사랑받는가. 적지 않은 비용과 시간이 드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골프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골프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가장 기본적인 이 물음의 관문을 통과해야 한다.우선 건강에 좋다. 운동량이 적다는 불만을 갖는 사람도 있지만 자연 속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8㎞ 정도를 걷는 것은 분명 상쾌한 운동이다.

다음으로, 신사도를 배우며 깊이 있는 친교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많은 유혹 속에 스스로 엄격한 골프규칙을 지키며 상대방을 배려하는 법을 터득하게 된다. 무엇보다 골프를 통해 귀중한 인생의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서양에서는 올바른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 예절과 방법을 배우도록 하기 위해 자녀들에게 골프를 권한다.

잘 치지 못하더라도 골프를 통해 상대방을 어떻게 배려해야 하고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는 하는 가의 지혜를 터득하도록 하려는 취지다. 골프장을 찾는 사람들이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 가를 알 수 있다.

지난 6일 아시아나CC에서의 3여 수뇌부의 골프회동이 화제가 되고 있다. '우정을 덥히는 자리'(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의 표현)가 되어야 할 이 골프모임은 정상적인 골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해프닝이 너무 많았다.

한 골프애호가는 이들의 행태를 두고 '골프정신을 망각한 망나니들의 유희'라고 비난하는 이메일을 보내오기도 했다.

국민들을 경악케 한 1,000만원 내기는 농담으로 밝혀졌지만 평소 정치인들의 내기골프는 매우 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내기에 열중한 나머지 플레이가 지연돼 앞 홀이 비는 경우도 다반사라는 소리도 들린다. 일반골퍼들이 납득할 수 없는 것은 이들이 18홀을 끝낸 뒤 추가로 9홀을 더 돌았다는 점이다.

예약이 다 된 상황에서 9홀을 더 돌았다면 다른 내장객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는데, 신사의 게임이라는 골프에서는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집권 여당의 수뇌 정치인이라는 사람들이 가장 기본적인 골프정신을 저버렸다는 사실이 많은 골프애호가들을 실망시킨다.

골프는 인생 자체보다 더 인생다운 '인생의 축도'다. 골프를 하다 보면 잘 나갈 때 조심하며 겸허한 자세를 잃지 않고, 위기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되 과욕을 삼가며, 항상 위기에 대비하되 남을 배려하는 자세를 잃지 않는 등 인생을 살아가는 귀중한 지혜를 터득하기 마련이다.

이런 지혜는 국민을 섬기며 국가경영을 책임져야 할 정치인들에게 더욱 긴요한 것이다. 골프를 통해 이런 지혜를 터득했다면 호화골프파티도 없었을 것이고, 민심이 이렇게 노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골프정신을 제대로 이해하고 골프를 통해 인생의 지혜를 얻을 줄 아는 정치인은 없는가.

방민준 <편집국 부국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