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그리스 시리아를 순방하며 지난 1,000여년 간 저지른 죄와 반목을 사과하는 모습은 최근 일본 역사교과서 때문에 마음이 불편한 우리들에게 진기한 일로 비춰진다. 1204년 성지회복에 나선 십자군은 원정길에 많은 죄를 범했다.그리스의 도시와 동로마제국의 수도이자 동방정교회의 중심지인 콘스탄티노플(현 이스탄불)을 점령해서 유린하고 소피아성당까지 약탈했다. 바로 그런 과거사를 공식 사과한 것이다.
■일본이 역사상 한국에 저지른 인류사적인 범죄는 큰 것만 꼽아도 적지 않다. 왜구가 빈번히 몰려와 약탈 방화 살육을 일삼은 것이 어찌나 많은지 우리 고대사의 기록과 설화의 상당 부분이 그와 관련된 것으로 채워졌을 정도이다.
400여년 전 임진왜란의 원한은 매우 깊어서 유생들은 '하늘 아래 같이 살 수 없는 원수'라고 표현했다. 지금도 그 때와 일제강점기의 피해를 복구하기 위한 경복궁 복원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한 세기 전 일본은 한국을 다시 침략해서 식민지로 만들었다. 침략 과정에서 벌인 잔악한 일은 말할 것도 없고 식민 통치하면서 범한 수많은 비인간적 잔혹행위로 인해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경제 수탈과 문화 파괴 행위는 나열하기 어려울 만큼 참혹했다. 그런데도 오늘의 일본인들은 그들의 역사교과서를 왜곡해서 거짓 사실을 가르치려고 한다.
문부성이 그렇게 쓰도록 유도한 것은 감추고 교과서 검정 기준이나 말하면서 특정교과서의 역사인식이 정부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변명을 하는 것을 보면 쩨쩨하기 짝이 없다.
■교황은 800년 전의 도시약탈을 사과했다. 일본은 겨우 반세기 지난 일들을 숨기면서 가식으로 사과한 일만 늘어놓고 있다.
일본군의 침략으로 고통받은 아시아인들의 원한서린 눈초리를 의식하지 않고 자꾸 과거의 상처를 후벼파는 것은 경제대국답지 않다.
팔순의 교황이 추구하는 미래의 평화는 과거사 청산에서 비롯되고 있다. 그와 반대로만 나가는 일본의 미래는 어떠할지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최성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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