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할아버지가 60대 제자 10여명을 이끌고 9월 아프리카 최고봉 킬리만자로(5,895m)에 오른다. 주인공은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로회원이자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고문인 박희선(83)옹.박옹이 킬리만자로에 도전하는 이유는 참선으로 이룬 건강을 확인하고 참선의 장점을 알리고 싶어서다.박옹은 1995년에 이미 히말라야의 메라피크(6,654m)를 무산소 등정, 국제기네스협회로부터 세계 최고령 등정자로 인정받기도 했다.
박옹이 참선을 시작한 것은 서울대 금속공학과 교수로 있던 69년 일본 도호쿠(東北)대에 박사학위를 따러가면서부터. 이미 미국 미네소타주립대에서 석사학위를 땄는데도 일본서는 인정해주지 않아 우선 석사과정을 밟게 됐다.
그런데 첫학기 시험을 봤는데 성적이 매우 나빴다. 크게 낙담한 그는 동료로부터 참선을 하면 정신집중이 되고 공부도 잘 될 것이라며 참선 스승을 소개받았다. 참선을 하고는 다음 학기부터 1등을 했다. 박사학위까지 땄지만 참선을 계속하고싶어 1년을 더 머물다 73년에 귀국했다.
이후 국민대에서 금속공확과 교수, 공대 학장, 대학원장을 역임했는데 이때 학교 사무실에서 가부좌를 틀고 참선을 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테이블 대신 상(床)을 이용하기도 했다.
85년 정년 퇴직한 그는 86년 '과학자의 생활참선'이라는 책을 썼는데 독자들의 성화로 참선교실을 열기까지 했다. 지금도 매주 2차례씩 50여명에게 참선을 가르치는데 킬리만자로에 동행하는 이들도 바로 참선 제자들이다.
그의 참선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가부좌를 틀고 정신을 집중해 호흡을 하는 것이다. 호흡은 마시는 숨보다는 내쉬는 숨을 길게 한다.
박옹은 "정신이 집중되고 건강이 좋아진다"고 참선의 장점을 소개한다. 특히 엔도르핀 등 몸에 좋은 호르몬이 분비되면서 오른쪽 뇌가 발달하고 창의력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된다는 것.
박옹이 킬리만자로 도전에 나설 수 있는 것은 참선을 통해 익힌 호흡법 덕분에 높은 곳에 올라도 숨이 차지 않기 때문. 산소통 없이 메라피크를 오를 때도 몸은 무척 힘들었지마 숨은 가쁘지 않았다고 한다.
현재 박옹은 킬리만자로 등반을 위해 별도의 준비를 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북한산 등에서 산타기 훈련은 할 생각이다.
박옹은 "킬리만자로에 간다니까 가족들이 위험하다며 말리지만 이번에도 자신 있다"며 "나이가 있어서 언제까지 가능할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5년마다 킬리만자로에 도전하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박광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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