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명성황후 민자영의 눈동자는 맑고 크다. 약간은 가녀린 모습이지만 양 어깨에 사발을 올려놓고 조심조심 궁중수업을 받는 맵시가 제법 야무지다.'가을동화'의 어린 은서 역으로 심금을 울렸던 문근영(15)이 명성황후의 아역으로 변신했다. "조선의 마지막 왕비잖아요. 그분에 대해 공부를 좀 하려고 했는데 그냥 촬영에 들어가 버렸어요."
'명성황후'가 어떤 분인지 아느냐는 질문에 해맑은 소녀는 솔직히 고백하며 멋쩍게 웃는다.
광주 우신중학교 2학년인 문근영은 연기자로 나섰다는 것 외에는 너무나 평범하고 순수한 소녀. 소속 기획사도, 전문 매니저도 없이 현재 외할머니가 '매니저'역할을 하고 있다.
KBS 드라마국 윤흥식 주간도 "공부한다고 '명성황후'를 고사해서 애를 많이 먹었다"고 한다. 성적은 본인 말로는 반에서 5등 안에 드는 정도, 할머니는 "전교 3등도 했다"고 자랑한다.
'가을동화'방영 당시 까만 눈망울에 어린 아이답지 않은 슬픔을 담아내어 보는 이의 눈시울을 적셨다. "아역부분을 늘려 달라" 는 요청이 빗발쳤을 정도로 어린 은서의 인기는 엄청났다.
하지만 '어렵게 기용한 성인 스타들을 마냥 놀릴 수 없어서'아역이 나오는 방송은 3회에 그쳤다고 한다. 눈물이 막 나와서 휴지 한통을 다 썼다는 게 문근영의 '연기 비결'.
'명성황후'가 세 번째 출연작이다. 1999년 어린이 드라마 '누룽지선생님과 감자 일곱개'가 첫 작품이다.
당시에는 '일곱개 감자'중 하나였는데 공교롭게도 '누룽지 선생님'이 '명성황후'에서 시아버지로 나오는 대원군 유동근이다.
"'누룽지.'때는 동네사람들만 알았었는데, '가을동화'나오니까 광주에서 다 알아봐요."광주 정도가 아닌 '전국민 스타'라고 추켜세우자 수줍어 얼굴이 붉어진다.
인터뷰 도중 할머니가 "나 피곤하다, 그만 가자" 고 하자 할머니 손에 이끌려 일어서면서도 '명성황후'첫 촬영을 기념하는 고사 떡은 먹고 싶었던지 김이 모락모락 나는 시루떡을 입에 넣고 우물거리며 양손에 꿀떡까지 집어 든다.
"안녕히 계셔요" 라며 총총히 걸어나가는 뒷모습이 영락없이 열다섯 소녀다.
양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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