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켓을 든 민간외교관.'한국테니스의 희망 이형택에게 딱 어울리는 표현이다. 미국에서 2번째로 오래된 US 클레이코트챔피언십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이형택은 월드스타로 성장할 기회를 얻었다.
차세대스타 앤디 로딕과의 결승전 장면이 폭스TV를 통해 미국에 생중계돼 200만명 이상이 TV로 지켜봤고 스타스포츠TV로 아시아권에도 녹화방송될 예정이다.
하지만 아직 이형택에 대한 관리는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건국대 2학년 때부터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스타로 성장할 수 있는 틀을 마련한 삼성이 다시 한번 팔을 걷어붙일 때가 온 것이다.
전세계 100여 나라에서 인기스포츠로 자리잡은 테니스는 그랜드슬램을 빼고도 1년에 64개의 투어대회가 열린다. 인기로 따질 경우 테니스는 골프 못지 않은 파급효과가 있다.
현재 이형택은 삼성증권의 평사원 대우를 받고 있다. 투어참가 경비가 지원되고 있지만 외국인코치 선임, 홍보, 스케줄관리 등 신경써야 될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니다.
주원홍 감독은 "혼자서 많은 일을 처리하는 게 사실 버겁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룹내 벤치마킹 대상도 있다. 1996년 삼성은 박세리(25ㆍ삼성전자)를 영입하면서 '7년 프로젝트'를 세워 아낌없는 지원을 쏟았다. 그 결과 슈퍼스타 한명을 길러냈다.
스포츠는 투자다. 테니스인들은 소속사가 이형택을 대형스타로 키울 산파역할을 할 때가 왔다고 입을 모은다.
■"졌지만 잘 싸웠다"
그는 젊다. '신세대 강서버' 앤디 로딕(18ㆍ미국) 앞에서 일단 정지했지만 아직 가능성이 무한하다.
이형택(25ㆍ삼성증권)은 7일 오전(한국시간) 텍사스주 휴스턴의 웨스트사이드테니스클럽에서 열린 세계남자프로테니스협회(ATP) 투어 2001 US클레이코트챔피언십(총상금 35만달러) 결승전서 세계랭킹 69위 로딕에 0_2(5_7 3-6)로 완패, 준우승에 그쳤다.
생애 첫 우승은 놓쳤지만 상금 2만7,000달러와 랭킹포인트 120점을 확보, 세계랭킹을 81위에서 60위권으로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1세트 첫 게임을 퍼펙트로 따낸 이형택은 10번째 게임까지 서브게임을 모두 가져가며 5_5로 팽팽히 맞섰다. 하지만 강서버 피트 샘프러스(29)와 '스트로크의 마술사' 앤드리 애거시(31ㆍ이상 미국)를 합쳐 놓은 '미국테니스의 미래' 로딕은 달랐다.
시속 200㎞를 웃도는 강서브에 더해 스트로크 실수까지 줄인 로딕은 결정적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11번째 게임에서 이형택은 실책 4개로 역전당했다. 로딕은 1세트를 7_5로 가져갔다.
지난주 애틀랜타베리존챌린저서 첫 우승컵을 차지한 로딕은 2주 연속 우승에 성공해 애거시, 구스타보 쿠에르텐(25ㆍ브라질)과 함께 시즌 2관왕이 됐다. 로딕은 이형택에 대해 "빠르고 좋은 선수"라며 "때때로 믿기지 않는 샷을 보냈다"고 치켜세웠다.
이형택은 " 더 좋은 경기를 보여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에 졌지만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앨라배마주 버밍햄으로 이동한 이형택은 챌린저급 2개 대회를 뛴뒤 28일 개막되는 프랑스오픈에 출전할 계획이다.
한편 결승전은 스타스포츠TV를 통해 8일 오후 8시30분, 9일 오전4시 등 2차례에 걸쳐 녹화중계된다.
정원수기자
nobleliar@hk.co.kr
■전화 인터뷰
휴스턴 동포들이 주최한 만찬을 끝내고 늦게 힐튼호텔로 돌아온 이형택은 . "부쩍 발전한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다음은 전화인터뷰 내용.
_로딕은 어떤 상대였는가.
"인터넷으로 여러 신문 등을 읽으면서 정보를 얻었다. 그런데 알려진 것 만큼 위협적인 존재는 아니었다. 서브는 피트 샘프러스보다 약했고 클레이코트여서 리턴하는 데 좀 어렵긴 했다. 너무 긴장해 실수가 많았다. 서브리턴이 좀 더 잘 됐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_클레이코트에서 의외로 좋은 성적을 거뒀는데.
"2년 전 유럽서키트를 뛰면서 안 좋았던 기억이 많아 그동안 일부러 피했다.
자신감을 얻었기 때문에 대진운만 좋다면 프랑스오픈에서 해볼만하다고 생각한다."
_위기 때마다 쉽게 주저앉던 시즌 초반 모습과는 달라져보인다.
"경기를 어떻게 풀어가야 할 지 알 것 같다. 최근 2개 대회를 통해 위기서 벗어나는 요령을 터득했다."
_체력적으로 힘들 것 같은데, 컨디션은.
"힘들 진 않다. 다리근육이 뭉쳐 마사지를 매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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