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금융기관을 연명하기 위해서 135조원이나 되는 막대한 공적자금이 투입됐다. 차라리 문을 닫고 예금을 대신 지급했더라면 훨씬 덜 들었을텐데 건전성을 회복시켜 영업을 계속하도록 하다 보니 훨씬 많은 돈이 투입됐다.부실 발생시 즉시 폐쇄 또는 통폐합 전략을 썼던 종금사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돈이 들어갔으나 BIS비율을 충분히 맞춰주고 살리는데 주력한 은행에는 81조원이나 투입됐다.
은행들 중에서 공적자금이 제일 많이 투입된 은행이 바로 제일은행이다. 현재 자본금은 9,800억원이고 정부 지분은 49%에 지나지 않는데 공적자금 순투입액은 9조 3,000억원이나 된다.
공적자금 투입액을 감안하면 액면가액 5,000원짜리 주식의 정부 취득가액은 10만원이나 된다. 뉴브리지 캐피탈의 주당 인수가액은 5,079원인데 비해 우리 정부는 20배나 되는 돈을 투입했다.
제일은행의 주가가 10만원을 달성하면 정부는 겨우 원금을 건지는데 비해 뉴브리지 케피탈은 9조원을 버는 돈방석에 올라 앉게 된다.
그러나 은행주식의 가격이 20배 뛰는 일은 죽었던 나사로를 다시 살리는 것 같은 기적이 아니고는 불가능하다.
막대한 투입금액 중에서 조금이라도 건졌으면 하는 작은 바람도 제일은행 임원들이 스톡옵션을 527만주나 챙기고 나서 정부에 1조원의 추가자금지원을 요구하는 국제소송을 제기했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분노로 바뀌었다.
최근 정부의 압력에 굴복했지만 당초의 임직원에 부여했던 스톡옵션의 행사가격은 뉴브리지 케피탈의 인수가액인 5,079원이었다.
다른 조건을 모두 놔두고 국제소송을 제기한 풋백옵션자금 1조원만 들어와도 이는 주당 5천원 이상 돌아가는 것이므로 임원들이 264억원을 그냥 챙기게 되어있다.
한손으로는 스톡옵션을 챙기고 다른 손으로는 풋백옵션을 빌미로 정부의 돈을 뜯어내는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행태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원래 스톡옵션은 경영자들이 고수익이 기대되는 투자안을 위험이 높다고 해서 기피하는 성향을 치유하는데 목적이 있다.
임원들은 자기돈을 투입하는 것도 아니고 주가가 행사가액에 아주 못 미치더라도 손해볼 일이 없기 때문에 스톡옵션을 선호하게 된다.
스톡옵션을 부여받은 경우에는 경영진들은 위험하지만 고수익이 기대되는 프로젝트에 과감하게 투자하게 되고 이는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함으로써 개별기업의 위험은 어느 정도 수용할 수 있는 주주들의 이해와도 부합되는 것이다.
따라서 스톡옵션은 연구개발투자가 활발히 이루어지는 벤처기업이나 IT산업에 적합한 것이다.
금융업과 같이 안전성을 요구하는 업종에서 스톡옵션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특히 공적자금에 계속 손을 벌리고 있는 은행들이 액면가액과 비슷한 수준의 행사가격을 정한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것은 '땅집고 헤엄쳐' 돈을 벌겠다는 도덕적 해이의 극치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스톡옵션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행사가액이다. 제일은행의 경우는 행사가액을 정부의 취득원가인 주당 10만원으로 한다면 아무리 많은 양을 부여하더라도 이의를 제기할 국민은 없다.
손실위험을 감수하고 돈을 출자한 뉴브리지 케피탈의 인수가액을 옵션행사가격으로 한다는 것은 돈을 투자하지 않고도 같은 이득을 챙기겠다는 어처구니 없는 발상인 것이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의 경영을 조기에 정상화하여 투입자금을 신속히 회수하는 것은 국민 모두의 바람이다. 이런 소망에 찬물을 끼얹는 특혜성 스톡옵션은 조속히 시정돼야 한다.
제일은행 임원들이 지금과 같은 행태를 계속한다면 국민들이 좌시할 수는 없다.
고객인 국민들이 등을 돌린다면 은행경영이 어려워지고 주식가치도 치명적인 손상을 입어 어떤 스톡옵션도 무용지물이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 만 우·고려대 경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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