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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만 루시디 '악마의 시' 13년만에 완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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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만 루시디 '악마의 시' 13년만에 완역

입력
2001.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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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만 루시디(54)의 '악마의 시'(문학세계사 발행)가 13년만에 완역됐다. 1988년 소설이 처음으로 나왔을 때 분노에 찬 이슬람 교도들은 책을 불태웠고 격렬 시위 중에 몇 사람이 죽기도 했다.이듬해 루시디는 이란의 정치ㆍ종교 지도자 아야톨라 호메이니로부터 이슬람교 모독죄로 처형 명령을 받았다.

영국이 이란과 단교하고 각국 서점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루시디 지지 사설을 실었던 뉴욕의 한 신문사가 폭발했다. 일본인 번역자가 살해당하고, 이탈리아인 번역가가 부상했다.

98년 모하메드 이란 대통령이 사형선고를 공식 철회하면서 '악마의 시' 사건은 비로소 막을 내렸다.

소설보다 더 극적으로 보이는 작가의 현실에 가려져 정작 작품에 대한 관심은 적었던 편이다. '악마의 시'는 그 동안의 뒷얘기에 대한 호기심을 독서의 동기로 삼기 쉽다.

그러나 호기심 충족을 위해 이슬람교를 모독했다는 '불경스런' 부분을 찾으려면 시쳇말로 '엽기적인' 수고를 들여야 할 정도이다.

인도 봄베이발 점보기가 런던 상공에서 폭발하고, 두 남자가 살아남았다. 인도 배우 지브릴 파리슈타와 친영파(親英派) 성우 살라딘 참차. 바다에 떨어져 백사장에 도착한 두 사람에게 이상한 변화가 생겼다.

지브릴에게는 후광이 생겼고, 살라딘의 머리에는 염소뿔이 돋아났다. 지브릴은 천사가 됐고, 살라딘은 악마가 된 것이다.

천사와 악마의 대립 구도는 문학사에서 유구한 주제다. 지브릴과 살라딘이 대결을 벌이는 동안 상징과 은유로 넘쳐나는 파란만장한 사연들이 펼쳐진다.

나비로 몸을 감싼 예언자 아예샤가 인도 사람들과 함께 순례여행을 떠나는 이야기, 에베레스트 단독 등반을 재촉하는 유령에게 시달리는 여성 등반가 알레루야 콘의 이야기, 신의 시와 악마의 시가 뒤섞인 계시를 받는 예언자 마훈드의 이야기 등.

이슬람교도들이 발끈한 부분이 예언자 마훈드에 관한 얘기다. 이슬람교의 창시자 마호메트를 빗대 설정한 마훈드를 부정적으로 묘사했다는 것이다.

알라 이외의 신은 인정하지 말아야 할 이슬람의 예언자가 여신을 인정한다든지, 예언자의 아내 열두명을 창부로 비유한다든지 하는 내용이다.

이 예언자의 추종자 가운데 저자의 이름을 딴 '살만'이라는 인물이 있는데, 살만의 임무는 신의 계시를 받아 적는 일이다.

예언자를 허풍쟁이로 여기게 된 살만이 신탁(神託)을 제멋대로 바꿔 적자, 마훈드는 "신성모독은 용서받을 수 없는 죄로 마땅히 죽어야 한다"고 선언한다.

그러나 자비로운 마훈드는 살만을 용서하기로 하고, 죽음의 징벌을 사면한다. 이란의 통치자와 작가 살만 루시디와의 실제 관계를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다.

'악마의 시'는 꿈과 현실, 과거와 현재 미래가 뒤섞여 자칫 책 읽기가 수렁으로 빠져들기 쉽다.

여기에다 언어를 '갖고 노는' 루시디의 현란한 말재간은 악명높다. 번역자 김진준씨는 "띄어쓰기를 무시하고 문장부호를 생락하며 낱말을 중간에서 뚝 잘라 버리는, 번역을 '거부'하는 듯한 루시디의 문장과 씨름해야 했다"고 말했다.

루시디는 최근 미국에서 번역출간된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발문을 쓰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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