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우리 방송 드라마에는 전통 가족이 사라졌다. 그 자리에 미혼모, 이혼녀, 홀아비 등 파편화 한 가정이 들어섰다.부모에게 자식이 대들거나 심지어 욕까지 하는 선정성도 서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것은 가족 뿐이 아니다.
노인과 서민들도 볼 수가 없다. 우리 사회에 다수를 차지하는 서민들 대신에 드라마에선 재벌과 화려한 중산층만이 등장한다. 갈수록 현실과 드라마의 괴리는 커지기만 한다.
4월 28일부터 방영하는 MBC 주말극 '그 여자네 집' (김정수 극본, 박종 연출)은 할머니, 부모, 자식 3대가 함께 사는 두 가족이 드라마를 이끌어 간다.
물론 1인 세대 가정을 비롯해 새로운 가족 형태도 모습을 드러낸다. 그러나 한 가족은 서민층이고 한 가족은 중산층이다.
가난하지만 열심히 사는 태주(차인표)가족과 동네에서 부자로 통하는 영욱(김남주)가족과의 관계가 형성되면서 드라마는 시작된다.
물론 상투적인 구도이다. 하지만 개연성이 높아 태주와 영욱의 사랑이 진부한 냄새가 나지 않는다. 서민들의 일상성이 과장없이 잘 드러나기 때문이다. "내 아들 자존심을 구겼어! 내 아들이 어떤 아들인데."
태주의 어머니는 태주와 영욱이 연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난 뒤 영욱 네에서 얻어다 태주에게 입힌 옷을 생각하며 피눈물을 쏟는다(6일 방송분).
가난한 부모가 자식의 사랑까지 장애가 되는 것을 안타까워하는 것은 한번쯤 당했을 부모라면 공감할 것이다.
젊은이들 사랑 놀음에 항상 소도구 역할을 하는 노인들이 당당한 가족의 구성원으로 묘사되는 것도 반갑다.
특히 태주의 할머니는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이다. "나 고향가고 싶어! 고향 보내줘" 라며 보채는 할머니를 등에 업고 가는 손자 태주의 모습이나 "밥줘! 이 년들아!" 라는 말에 조용히 밥을 차려오는 태주 어머니 모습이 시청자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다(4월 28일 방송분).
요즘 대부분 드라마가 선정성과 폭력성으로 치닫고 있는 요즘, '그 여자네 집' 은 방송 일주일만에 시청률 3위(AC닐슨 자료)를 기록했다.
가슴 따뜻하고 진솔한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갈증이 아닐까. 끝날 때까지 가족의 사랑과 빈부 문제에 대한 진지한 접근, 노인 등 소외계층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저버리지 않았으면 한다.
배국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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