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입장만 시키면 되는 건가요?"어린이 날인 5일 오후 3시께 경기 용인 에버랜드 정문 앞. 7살배기 아들과 함께 온 김모(39ㆍ여ㆍ서울)씨는 "아침 9시에 집을 나서 2시간30분만에 겨우 도착했는데 지금까지 놀이기구 하나 탄 것이 고작이다.
차라리 집 앞 공원에서 노는 것이 나을 뻔 했다"며 차를 몰고 황급히 자리를 떴다.
국내 최대 규모의 테마파크인 에버랜드가 어린이 날을 맞아 적정 규모를 넘는 이용객을 마구잡이로 수용하는 바람에 오히려 동심을 멍들게 했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30만평 규모의 에버랜드는 평소 5만명 정도가 들어오면 혼잡함을 느낄 정도. 그러나 이날 하루 관람객은 10만 명을 넘어서 발 디딜 공간을 찾기 힘들 정도로 큰 혼잡을 빚었다.
이로 인해 모든 놀이시설을 이용할 목적으로 2만5,000원(소인 18,000원)이라는 적지 않은 가격에 구입한 자유이용권은 무용지물이나 다름없었다.
문제는 에버랜드측이 임시매표소나 임시화장실을 설치하고 바이킹 같은 놀이기구 앞에서 장시간 기다리는 손님들에게 대기표를 나눠주는 등 임시로 취해야 할 최소한의 서비스를 외면, 불편을 가중시켰다는 점이다.
정혜수(7ㆍ서울 Y초등1)양은 "3분 남짓 걸리는 놀이기구 하나 타는 데 1시간을 기다려야 했다"며 "하루종일 줄만 서고 나니 다시는 오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울먹였다.
정양의 아버지(37)는 "대기표라도 나눠줬더라면 하염없이 줄을 설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개탄했다.
각종 공연이 열리는 야외무대에도 인파가 넘쳐나 공연 시작 1시간 전에 자리잡지 않으면 제대로 관람조차 할 수 없을 정도였다.
또 집에서 가져온 도시락은 공원 안에서 일체 먹을 수 없도록 해 다시 정문 밖으로 나가 식사를 하고 들어오거나 공원 내 식당 앞에서 30분 이상 줄을 서야 했다.
한 이용객은 "화장실에 갈 때도 줄을 서야 하고 목이 말라도 돈을 들이지 않고는 물을 마시기 어려울 정도로 음수대 등 편의시설도 빈약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정민(李廷民ㆍ37ㆍ경기 성남시 분당구)씨는 "최근 각종 신용카드회사와 제휴, 공짜 입장권을 남발하고 헐값에 연간이용권을 발행하는 바람에 제대로 돈을 낸 관람객들은 권리를 찾기 힘들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에버랜드 관계자는 "특별히 적정 인원을 정해놓고 입장을 제한한 적은 없었다"며 "이용객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데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했다"고 밝혔다.
한창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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