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부진에 이어 외국인 직접투자도 큰 폭으로 감소하고 있어 자칫하면 우리 경제가 장기 불황에 빠지지 않을 까 우려된다.환란 극복과 구조조정에 절대적 역할을 했던 외국인 직접투자의 감소는 한국 경제의 성장력을 크게 떨어뜨릴 가능성이 크다.
산업자원부는 4월중 외국인 직접투자액(신고 기준)이 3억7,1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62.9%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감소 폭은 1998년 4월 이후 최대치고, 금액도 99년 2월과 올 2월 이후 가장 적은 규모다.
올들어 4월까지 외국인 직접투자 누계는 48억7,700만 달러로 전년 동기에 비해 30.4% 증가했지만 협상이 지연되고 있는 SK텔레콤 지분 매각분 29억6,000만 달러를 제외하면 실제 투자액은 19억1.000만 달러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올해 외자 유치 목표인 150억 달러 달성이 어려울 전망이다.
외국인 직접투자가 크게 감소한 것은 기본적으로 미국 일본 등 세계 경기 침체때문이지만, 우리 내부의 문제가 외국 투자자들의 등을 더욱 돌리게 했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은 올해 전세계 외국인 직접투자액이 지난해보다 27%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지만 우리의 감소 폭은 이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금액도 문제지만 내용을 보면 더 심각하다. 1억 달러 이상 그린필드(공장 건설)형 투자는 1건에 그친 반면 500만 달러 미만은 326건이나 됐다.
외국인들의 제조업에 대한 투자기피도 걱정되는 부문이다. 4월까지 제조업 투자액은 5억2,4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0% 수준에 불과했다. 대신 서비스업에 대한 투자는 43억 달러로 200% 이상 늘었다.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한국은 투자처로서의 매력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미국 컨설팅회사인 AT커니가 올 초 조사한 바에 따르면 한국은 세계 각국의 투자환경에서 대상 60개국 가운데 17위에 그쳤다.
정부가 그토록 강조하는 '기업하기 좋은 나라 만들기'가 무색해졌다. 미진한 구조조정, 노동의 유연성 부족, 투명하지 못한 회계, 일관성 없는 정부 정책 등이 만들어 낸 결과다.
정부는 외부 환경만 탓할 것이 아니라 우리 내부 문제의 선결을 기대하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요구에 귀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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