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국가배상법의 일부 조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한정위헌 결정에 대해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며 재심이 청구된 사건을 다시 기각해 파문이 일고 있다.대법원 3부(주심 송진훈ㆍ宋鎭勳 대법관)는 6일 R보험사가 국가배상법 제2조1항의 단서 규정이 한정위헌이라는 헌재의 결정에 따라 국가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소송 재심 사건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군인ㆍ군무원 등이 직무와 관련된 행위로 순직하거나 공상을 입더라도 다른 법령 규정에 의해 보상을 받을 수 있을 때는 별도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한 국가배상법 제2조1항에 대해 헌재가 위헌 결정이 아닌 특정한 법률 해석 기준만을 제시하는 한정위헌 결정을 내린 만큼 판결에 영향력이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법령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권한은 헌법이 보장하는 법원의 본질적 권한"이라며 "헌재가 다른 해석 기준을 제시하면서 법원에 적용토록 간섭하는 것은 헌법에 규정된 국가권력 분립구조의 기본원리와 사법권 독립의 원칙상 허용될 수 없다"고 못박았다.
R보험은 86년11월 당시 정모 중사가 같은 부대 유모 중사를 태운채 오토바이를 몰고가다 자사보험에 가입한 안모씨의 승용차와 충돌, 유 중사가 숨지자 사망사고에 대한 손해를 배상한 뒤 "정 중사가 책임질 배상 몫을 달라"며 국가를 상대로 구상금 청구소송을 냈다.
이후 대법원은 94년 "군인의 교통 사망 사고에 대해 국가가 배상할 책임은 없다"며 원고 패소판결했고 헌재는 같은해 헌법소원 사건에서 "민간인이 사고에 개입됐다면 국가배상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로 한정위헌 결정을 내렸다.
박정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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