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와 필립스의 합작기업인 LG-필립스 LCD㈜에는 최고경영자, 즉 'CO(Chief Officer)'가 6명이나 된다. 구본무(具本茂)회장의 동생 구본준(具本俊) 사장이 경영전반을 총괄하는 CEO(Chief Executive Officer)이지만▦재무(CFO:Financial)는 론 위리하디락사 ▦판매(CSO:Sales) 구덕모 ▦생산(CPO:Production) 박기선 ▦마케팅(CMO:Marketing) 브루스 버코프 ▦기술(CTO:Technology) 부디만 사스트라 등 5명의 부사장이 각 부문을 책임지고 경영하고 있다.
3월 출범한 우리금융지주회사의 최고경영진 3명은 그냥 회장과 부회장이 아니다. 윤병철 회장은 CEO, 전광우 부회장은 CSO(Strategy:최고 경영전략책임자), 민유성 부회장은 CFO(최고 재무책임자)의 공식직함을 갖고 있다.
국내 기업경영에 '전업ㆍ분업화'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전문경영인 자체가 분야별로 다시 쪼개지며, 자기가 맡은 분야를 책임지는 추세가 확산되고 있다.
경쟁에서 이기려면 유능한 총사령관(CEO) 뿐 아니라, 부문별 전문지휘관과 참모가 꼭 필요하다는 인식에서다.
CEO의 경영독주를 제어한다는 '견제와 균형(Check & Balance)'의 목적도 있다. 미국에서 처음 시작돼 현재 국내 대기업은 물론 중소ㆍ벤처기업으로까지 확산되는 추세다.
분야별 CO들은 명칭도 다양하다. CFO CMO CTO외에 CIO(Information:정보) CKO(Knowledge:지식경영) CVO(Vision:경영비전) CBO(Business:신규사업) COO(Operating:운영)..
CPO는 ▦생산책임자 외에 ▦고객ㆍ회원 개인정보보호(Privacy) 책임자 ▦인사(People) 책임자 ▦기획(Planning)책임자 등 다양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CEO는 최고경영자이나, CeO는 e비즈니스 총괄책임자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들 분야별 CO는 법적ㆍ 도덕적 권한과 책임을 진다는 점에서 종래의 '○○담당 임원' 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예컨대 과거 재무담당임원은 실무책임자일 뿐 결정권은 사장이 독점했지만, CFO는 재무분야에 관한 한 실질적 결정권자로 CEO도 이를 함부로 뒤집을 수는 없다.
LG경제연구원 고재민 연구원은 "CO는 직급이 아닌 만큼 부사장이 맡을 수도 있고 부장이 맡을 수도 있다"며 "직급은 차이가 나도 CO간 관계는 수평적이다"고 말했다.
요즘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CKO와 CPO. 지식경영물결이 거세지면서 전국경제인연합회 주관으로 지식경영관리자 모임인 'CKO클럽'이 발족됐으며, 일부 대학원(국민대)은 CKO과정도 개설했다.
또 미국에선 고객정보유출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자 지난해부터 IBM MS 등 대기업들이 앞다퉈 고객프라이버시 관리를 총괄하는 CPO를 도입하고 있어, 국내에도 머지않아 CPO 바람이 확산될 전망이다.
이성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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