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일본이 김정남의 불법입국 문제를 공개 하루만에 중국 추방으로 매듭지은 것은 북일 관계의 악재를 서둘러 차단하려는 전략적 선택이라 평가하고 있다.북한 최고 지도자의 신상에 관계된 미묘한 문제를 조용히 처리함으로써 이 문제가 북일간의 외교적 갈등으로 비화될 소지를 막고, 나아가 양측 관계 진전의 호재로 삼고자 하는 실리적 계산을 했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사건 인지 후 접촉한 주한 일본 대사관과 일본 외무성 관계자들의 '한결 같은' 반응이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 한다. 정부는 모든 정보 채널을 동원해 김정남의 신원 확인과 입국 배경 등을 알아내고자 노력하고 있으나 일본측의 답변은 "최종확인이 어렵다"게 전부다. 정부 관계자는 "일본측의 불확실한 태도는 당분간 이어질 것 같다"며 "사실 관계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지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우리가 이 문제에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는 인상을 주면서 남북 관계와 북일, 북미 관계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는 데 주력하는 등 '정중동(靜中動)'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은 이번 사건이 대체로 북일, 북미 관계에 있어 악재라는데 견해를 함께한다.
장남이 위조여권으로 일본에 밀입국하려다 붙잡혀 국제적 망신을 당한 사건은 대일 고자세를 취해온 북한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더구나 미국측의 정보제공으로 일본 당국이 김정남을 체포했다는 설도 있어 가뜩이나 경색된 북미 관계를 더욱 꼬이게 할 가능성도 있다.
또 이번 사건으로 북한의 예측 불가성이 국제 사회에 다시 확인된 셈이어서 북한 정권을 믿지 않는 부시 행정부로서는 대북 강경책에 대한 명분을 보탤 수 있게 됐다는 점도 우리 정부의 신경을 곤두서게 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교착상태에 빠진 북일 관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견해도 만만치 않다. 일본 정부가 신원 확인에 모호한 태도를 보여 북한의 체면을 살려줌으로써 대화의 여지를 남겼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북한도 이번 사건을 묻어두고 싶어하는 쪽이어서 북일 수교협상에서 장애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승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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