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긴 해야 한다. 그러나 이런 식이라면 당장은 어렵게 됐다."3일 발표된 금융감독위원회의 강화된 신용카드업 신규 진입기준에 따라 SKㆍ롯데ㆍ현대 등 대기업들이 신용카드업 진출 계획에 대해 유보, 또는 수정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4일 알려졌다.
이들 기업 관계자들은 새 기준에 대해 "원칙적으로는 시장 진입 제한을 풀었으나, 대기업에 대해서는 새로운 진입장벽을 세운 것"이라며 불만을 표시했다.
그동안 롯데캐피탈을 통해 카드업 신규진입을 모색해온 롯데는 이날 신용카드업 진출 계획 자체를 전면 수정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새 기준인 자본금 800억원 이상, 금융고객 15만명 이상, 점포수 30개 이상 등에서 모두 걸리기 때문.
이 회사 관계자는 "우리는 새 기준에 맞출 자본금도 없고, 점포도 없고, 금융고객도 없다"며 "이건 신용카드업을 하지 말라는 얘기나 다름 없으며, 계획을 전면 재검토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정은 200만명이 넘는 'OK 캐시백'회원을 기반으로 가장 강력한 잠재 경쟁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는 SK도 마찬가지. 이 회사 관계자는 "카드업 진출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며 "출자자 요건이나 금융고객 수 같은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한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SK는 최근 LGㆍ삼성을 비롯한 7개 기존 카드사에 SK텔레콤 및 'OK 캐시백'서비스에 대한 제휴 신청 제안서를 발송한 것으로 확인되는 등 '독자 카드업'추진 계획 자체를 수정하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현대 역시 계획 자체가 당분간을 표류할 수 밖에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일단 새 기준에 걸리는 문제는 현대가 가장 적을 것"이라며 "카드업 추진은 계속될 것"이라고 애써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현대생명 문제로 인한 부실금융기관 경영책임에 걸려 최소한 현대생명 문제가 매듭지어지기 전까지는 카드업 추진을 유보할 수 밖에 없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유보적 입장이 곧바로 사업 추진 포기로 이어지지는 않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새 기준이 대기업에 불리해졌지만 부실 카드사를 인수하는 것보다 기준에 맞춰 신규진입을 추진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며 "다만 진입 계획 자체가 늦어질 것만은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장인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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