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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수돗물 '근본 정화'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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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수돗물 '근본 정화'기회로

입력
2001.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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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많은 논란이 있었던 수돗물의 바이러스 오염이 일부 지역에서 사실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환경부에 의하면 대도시에서는 바이러스가 검출되지 않았으나 중소도시를 대상으로 이루어진 조사에서는 6개 지역의 정수장 또는 가정급수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되었다고 한다.이번 조사는 불과 31개소의 정수장을 대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최소한 중소도시의 정수장들은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확인시켜 주었다.

수돗물의 바이러스로 인한 질병은 학술적으로 확인된 예는 적지만, 검출한계 정도의 낮은 농도의 오염에 의해서도 건강피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조사가 끝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환경부가 결과를 발표한 사실이 문제의 크기를 잘 나타내고 있다.

작년 서울시의 조사에 의하면 수돗물을 그냥 마시는 시민이 1.2%에 지나지 않는 등 대다수 국민은 수돗물을 그냥 마시지 않고 있다.

따라서 일부 바이러스가 오염되어 있더라도 질병을 일으켰을 가능성은 낮다는 주장도 가능하다.

어쨌든 수돗물 공급의 가장 중요한 목적이 세균학적으로 안전한 물이라는 점에서 정수체계의 허점이 확인된 이번 조사결과에 대해 책임 있는 정부로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환경부의 발표는 긍정적 측면도 있다. 문제제기가 이루어지자 바로 연구사업을 시작하였고 문제가 확인된 즉시 공개한 것은, 환경부의 당연한 임무이긴 하지만 신선한 느낌을 준다.

그 동안 시민단체나 학계의 문제제기를 무시하거나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예와 같이 졸렬하게 대처하는 방식과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올바른 조사를 추진해온 소신 있는 공무원들은 악조건 속에서도 바이러스 문제를 제기한 학자들과 함께 칭찬 받아 마땅하다.

단지 이번 기회에 정부관계자들이 꼭 짚고 넘어갈 일은 외부의 문제제기를 수용하지 않고 오히려 그 방법상 결함 등을 찾아내려고 노력하는 것이 얼마나 소모적이고 치졸했던가 하는 점이다.

정부의 단기적 조치로는 오염된 수돗물을 공급받은 것이 확인된 주민들에게 수도요금 환불 등과 같은 상징적 보상이 있어야 하고, 건강피해 사례 등을 신고 받아 조금의 인과관계라도 있다면 의료비도 보상하여야 한다.

또 이번 조사는 일부 정수장을 대상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에 취약 지역이 모두 확인된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일부의 주장처럼 모든 지역을 대상으로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바이러스를 조사한다는 것 또한 비과학적인 접근방법이다.

정수처리 전문가들에 의하면 처리기준에 의해서도 문제가 있는 정수장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

이번에도 바이러스가 검출된 지역에서 소독처리 등의 개선조치에 의해 문제가 바로 해결된 것은 많은 정수장들이 스스로 개선할 수 있는 문제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

조사를 하는 기간동안에도 시민들의 건강이 위협을 받는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최단시간 안에 문제를 진단하고 보완 및 개선조치를 실시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아울러 이번에도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거나 희생양을 만드는 등 해결 방식이 왜곡돼서는 안되므로 언론이나 시민들도 올바른 판단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현재 수질관리기준이 바이러스나 원생동물 등에 대한 대책으로는 미흡하다는 평가이므로 이에 대한 선진적 관리기법을 도입, 실시하여야 한다.

또 보다 근원적인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상수원이 병원성 미생물에 노출되는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잘못된 과학정보에 의해 하수처리장에서조차 소독이 실시되지 않고 있는 등의 문제도 이번 기회에 바로 잡아야 한다.

뒤늦게나마 바이러스 검출에 의해 정수관리의 문제가 확인된 것을 상하수도 관리체계의 근본적 개혁의 기회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

장재연· 아주대 교수 예방의학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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