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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주부 이정주씨 "우리아이 문화 이렇게 지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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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주부 이정주씨 "우리아이 문화 이렇게 지도한다

입력
2001.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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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아침 서울 양천구 신정동의 이정주(39ㆍ주부)씨 집. 이씨의 두 딸 김지수(11ㆍ목원초등 4년)와 지예(8ㆍ목원초등 2년)는 간밤에 본 TV 프로그램 시청일기를 쓰고 있고, 이씨는 오후에 아이들과 함께 볼 가족 뮤지컬 자료를 훑어보고 있다.지수가 시트콤 '@ 골뱅이' 에 대한 내용과 느낀 점이 잘 써지지 않는지 머뭇거리자, 이씨가 부드럽게 독촉한다. "지수야, 골뱅이 시청 일기 써야지!".

학자와 전문가, 어린이단체는 흔히 TV, 컴퓨터, 가요 때문에 어린이 문화가 사라지고 있다고 비판한다. "어린이 문화를 살리려면 TV를 끄고 가요를 못 듣게 하는 수 밖에 없다"는 극단론도 나온다.

이씨는 이런 지적이 "현실을 모르는 이야기"라고 단언한다. TV를 안보면 친구에게 왕따 당할 뿐더러, 대중문화가 어떠한 형태로든 어린이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녀에게 TV를 못 보게 하는 것보다 부모와 함께 보면서 TV 내용에 대해 대화를 하고 시청일기를 쓰게 해서, TV를 건강한 매체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정주씨는 자녀의 문화 지키기를 공개했다. 이씨의 집에는 원칙이 있다. 한 달에 세 번 부모와 자녀가 공연장, 영화관 등을 찾는 것이다.

남편 김찬호(39ㆍ대학강사)씨는 휴일이면 두 딸을 데리고 도서관을 찾는다. 두 딸에게 책을 고르는 안목과 책 읽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다. 지수는 "컴퓨터 게임 하는 것보다 '해리 포터' 읽는 것이 훨씬 재미있다" 고 말했다.

5일에는 노래방을 갈 예정이다. 지수와 지예는 요즘 혜은이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핑클의 '당신의 모르실 거야' 를 부르겠다고 한다.

이씨도 고등학교 시절 애창곡이던 그 노래를 부를 생각이다. 그는 가요라고 무조건 금기시하는 것보다 아이와 부모가 공감대를 형성한 다음, 가요의 긍정적인 점과 부정적인 점을 이야기하면 아이가 동요의 중요성도 깨달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씨와 두 딸은 최근 두 편의 영화를 봤다. '천국의 아이들' 과 '태양을 삼키고 그들이 온다' 이다. 지수와 지예가 동시에 말한다.

" '천국의 아이들'은 재미 있었는데 '태양을 삼키고 그들이 온다' 는 지루해서 혼났다." 이씨는 "아이들이 많이 접하지 않는 다큐멘터리 형식의 영화라 지루했을 것이다

하지만 다음에 다큐멘터리를 볼 때는 덜 지루해 할 것이다. 좋은 문화는 경험하는 자체가 좋은 것이 아니겠는가?" 라고 반문한다.

이씨의 자녀 지도법은 '나쁜 문화라고 무조건 말리지 말고, 부모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함께 즐기고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이다.

배국남기자

kn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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