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이력이 궁금했다. 아무리 단편이라고 하지만 칸영화제 본선경쟁에 나갈 정도라면 이름 정도는 알려졌을 만도 한데.어디에서도 신동일(33)을 잘 모른다. 알고 보니 영화 경력이 제법 있다. 대학(고려대 독문과)을 다니며 영화동아리 '돌빛' 에서 활동했고, 1994년에 한국영화아카데미를 졸업했다.
충무로에서 '코르셋' '쁘와종' 의 조연출도 했다. "뭔가 자신의 힘으로 창조하는 것이 멋있어 보여"가 영화입문 동기였다.
그때까지도 순조로웠다. 그러나 98년 그는 데뷔를 준비하면서 엄청난 벽을 만났다.
"충무로에서 신인감독이 겪어야 하는 수모와 좌절은 다 맛봤다" 고 했다. 4년 동안 준비한 그의 시나리오 '어린 왕자' 는 몇 영화사에서 "상업성이 없다"는 이유로 무참히 거절 당했다.
그래서 처음 영화를 하는 심정으로 만든 것이 단편 '신성가족' 이었다. 첫 단편이 세계영화제에서 인정받은 셈이다.
"영화 한다" 며 사실상 '백수'로 보낸 7년. 제작비는 대학 시간강사를 하는 아내가 적금을 깨 1,000만원을 마련했고, 1,500만원은 사업하는 친구가 줬다.
영화사 미라신 코리아에 있는 친구를 통해 카메라를 싸게 빌리고. 그야말로 '나 홀로' 만들었다. 단편 제작을 적극 권한 장모의 도움이 컸다.
모두 '별로' 라고 할 때, 대학 1년 선배이자 올해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자인 남문석씨가 시나리오를 읽고 "국제적으로 평가 받을 것" 이라며 용기를 준 것도 잊지 못한다.
지난해 10월 완성을 하고도 6개월이나 먼지만 맞아야 했다. 변죽 좋게 부탁하지 못하는 성격이어서 혼자 끙끙 앓기만 했다고 한다.
신춘문예 응모하듯 혼자 영문자료를 만들어 칸에, 그리고 이번 전주영화제에 출품했다.
"만감교차" "감개무량" 이란 그의 말이 그래서 더욱 진솔하게 느껴진다. 10분짜리 '신성가족'은 재작년 말, 여자가 미용실에서 무표정하게 남자를 살해하는 이미지를 떠올리면서 구체화 했다.
신동일씨는 이 작품에서 '가족의 의미를 생각해 보자' 는 질문만 던졌다고 했다. "심사위원들이 그 주제를 이해하고, 디테일과 생략을 섞인 리얼하면서도 간결한 스타일을 평가한 것 같다."
그는 삶의 모습을 가진 사회성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어한다. '신성가족'도 그렇고, 꼭 장편 데뷔작으로 만들고 싶은, 변두리로 좌천된 유능한 외환딜러의 이야기인 '어린 왕자'도 그렇다.
"예술이 삶을 다룬 것이라면 영화를 통해 대안적인 삶을 이야기하고 싶다"고 했다. 그가 지아장커, 마이클 윈터버튼, 풀 토머스 앤더슨 감독을 좋아하는 이유도 그들의 영화가 비록 비참한 삶이지만 사람들 속에서 희망을 찾기 때문이다.
"칸영화제 진출이 힘과 발판이 됐으면 좋겠다"는 신동일씨. 그의 희망인 '신성가족'은 19일 칸에서 공식 상영된다.
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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