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이 3일 미사일 발사유예를 2003년까지 지속하겠다고 밝힌 것은 대북정책을 재검토하고 있는 부시 미 행정부에 화해의 신호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이번 조치는 북미관계 진전과 한반도 안보상황을 비롯해 미국의 미사일방어 체제 구축 움직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정부 당국자는 "이번 조치는 클린턴 행정부 시설 진행됐던 미사일 발사시험 유예 선언을 부시 행정부 때에도 일단 유지하겠다는 의미"라며 "미국에 전향적인 조치를 기대한다는 명백한 메시지"라고 해석했다.■핵과 미사일에 대한 새로운 해법
김 국방위원장의 구상은 북한 핵 문제와 미사일 문제를 연계해 한꺼번에 풀어보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하 북미관계와 남북관계 개선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는것 같다.즉 대량 살상 무기 관련 '패키지 딜'의 성격을 갖는 것이다.
우선 김 국방위원장의 발상이 새롭다.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에 명시된 북한 경수로 완공기한인 2003년까지 미사일 발사 시험을 유예하겠다는 것은 미사일 문제와 북한 핵 문제를 동시에 처리하려 한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이는 부시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제기되고 있는 경수로 합의 변경논의와 맞물려 살펴볼 수도 있다.미국이 의혹을 제기하는 대량살상 무기 전체에 대해 협상할 수 있다는 의사 표시인 동시에 '우리도 약속을 지킬 테니 너희도 우리와의 합의사항을 이행하라'고 촉구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김 국방위원장의 구상은 단기적으로 북한이 미사일 방어체제 등과 관련해 소원해진 미국과의 대화를 우선 추진하겠다는 뜻인 듯하다.최근 북한을 테러국가로 다시 지목하면서 대북정책을 재검토중인 미국을 상대로 대화 시그널을 보낸 것이다.이 구상은 미국의 대북정책 재검토가 좋지 않은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나름의 대미 인식에 바탕을 둔 듯하다.
■남북관계 파장
김 국방위원장의 발언은 소강 상태를 보이고 있는 남북관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미사일 문제 등에 대한 미국과의 협상이 다시 시작될 경우,그에 맞춰 남북관계에도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듯하다.
김 국방위원장이 이날 유럽연합 의장인 요란 페르손 스웨덴 총리에게 비록 2차 남북정상회담 개최 시기는 언급하지 않았지만 "2차 정상회담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것도 이때문으로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외신들은 김 국방위원장의 구상을 '선 대미관계 진전 후 서울답방'으로 요약했다.
■인권대화
김 국방위원장이 이번 회담에서 껄끄러운 문제인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서방과 대화를 시작하는 데 동의한 점도 눈길을 끈다.이는 북한이 인권문제를 서방과의 관계개선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 양보해야 할 사항으로 보고 있다는 반증일 수 있다.
북한이 자체 체제유지와 걸려 있는 인권문제에 얼마나 적극성을 보일지 모르지만,일단 서방과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인상을 줄 수 있다.
평양=이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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