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돗물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연구 결과를 진작 인정하고 대책마련에 나섰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에 너무 안타깝기만 합니다."수돗물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환경부의 충격적인 발표가 있은 2일 서울대 김상종교수는 "안타깝다"는 말을 수차례 반복했다.
1997년 10월 "서울시 수돗물이 바이러스에 오염돼 있다"는 논문을 발표해 세간의 관심을 모았지만 정부당국으로부터는 철저히 외면당해왔던 김 교수는 이날 환경부의 공식 발표에 대해 "나올 수밖에 없는 당연한 결과"라며 애써 담담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지난 3년반의 맘고생을 떠올리며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
김 교수는 그러나 서울의 경우 상수원수에서만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결과에는 "다시 조사해야 한다"며 강한 이의를 제기했다. "정수된 물이 가정에까지 공급되는 마지막 지점의 수질도 검사해야 합니다. 조사방법을 모르는 사람이 한 것이지요."
그는 "마땅히 해야할 유전자 검색법이 배제된 데다, 조사대상 샘플도 너무 작았다"며 "나머지 정수장을 조사해보면 바이러스 검출비율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가 수돗물 바이러스에 대한 연구에 본격 나선 것은 1990년. 당시 서울시 수도기술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던 박사과정생 A씨로부터 "서울시 수돗물의 미생물 오염이 심각한 수준"이라는 연구결과를 전해듣고서 부터였다.
하지만 김 교수의 연구결과는 정부와 서울시로부터 철저히 외면당했고, 지난해에는 서울시로부터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까지 당했다.
과학자의 양심과 합리적인 사고방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한 때 이민을 결심하기도 했다는 김 교수.
하지만 "할 일이 많이 있잖아요"라는 가족과 후학들의 격려에 다시 용기를 얻곤 했다. 1974년 서울대 미생물학과를 졸업한 김 교수는 독일 킬 대학에서 환경미생물학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뒤 84년부터 서울대 교수로 재직해왔다.
양정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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