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히 평행선을 달리던 책과 TV의 행복한 공존이 시작된다. 3일 밤 10시에 방송되는 'TV, 책을 말하다'는 KBS가 봄개편에서 가장 중점을 둔 프로그램이다.흔히 심야나 새벽시간대에 편성되던 다른 독서프로그램과는 달리 골든타임인 밤 10시에 전진 배치됐고, 편당 제작비가 보통 스튜디오 프로그램 제작비의 두 배인 2,500만원에 달할 정도로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해외 저작물도 반드시 현지에서 저자 인터뷰를 하기 때문이다.
황용호 PD는 "'책을 읽기 위해서는 TV를 꺼야 한다'는 말이 무색하도록, 브라운관을 통해 책 읽기의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자연스럽게 느끼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책 내용을 나열적으로 소개하던 기존 독서 프로그램과는 달리 책의 종류에 따라 진행방식을 달리하여 입체적으로 만들어진다.
공론화할 수 있는 테마를 담은 책은 논쟁적으로 다룬다. '베스트셀러에는 시대의 코드가 담겨 있다'는 생각에서다.
'해리포터'처럼 '사회적 현상'으로 부상한 책은 정신과 의사가 저자에 대한 정신분석을 하는 등의 분석적 접근을 한다.
좋은 책과 더불어 의제를 설정하고 논쟁을 이끄는 것이야말로 이 프로그램의 최고 자산이다.
시청자들을 지적 향연으로 안내할 진행자는 서울대 언론정보학부 박명진 교수.
제작진은 "치밀하고 방대한 독서력과 인문학ㆍ영상문화에 대한 넓은 식견으로 책의 사회적 코드와 행간의 의미, 저자가 다 하지 못했던 말까지도 읽어낼 것"이라고 기대한다.
베스트셀러의 현장, 독서에 빠진 사람들을 찾아가는 '책으로 보는 세상'(약칭 책보세)코너는 독서광으로 소문난 개그맨 이윤석이 맡아 책과 대중의 거리좁히기를 시도한다.
문화비평가 김성기씨, 고종석 에세이스트 겸 한국일보 편집위원, 문학평론가 정과리 교수(연세대 국문과) 등이 자문위원으로 책을 선정한다.
첫 회에 선정된 책은 1997년 열풍을 일으켜 현재까지 스테디셀러로 꼽히는 시오노 니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전하진(한글과 컴퓨터 대표) 김진애(건축가, 서울포럼 대표) 진중권(문화평론가) 등 토론자들이 인기요인과 우리 현실에 주는 의미를 놓고 치열하고 예리한 토론을 펼친다.
이윤석의 '책보세'는 부동의 베스트셀러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를 읽고 방송국 아나운서에서 부동산 중개인으로 변신한 한 직장인을 찾아 이 책이 가져다 준 인생의 변화를 이야기한다.
양은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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