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각국들은 2일 미국의 미사일방어(MD)체제 구상에 대해 불만과 걱정, 군비경쟁에 대한 경고 등 대체적으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러시아와 중국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고, 유럽연합(EU)은 긍정과 우려가 교차하는 모습이었다.러시아에선 "깡패국가에 대해 내놓은 미국의 '치료약'이 '질병'보다 더 나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러시아는 미국의 MD 체제 강행은 핵균형을 파괴하고, 러시아의 핵 억지력을 손상시킬 것으로 지적했다. 드미트리 로고진 하원 외교위원회 위원장은 "ABM 협정의 폐기 추진은 기존의 전세계 안보체제를 파괴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은 양국관계가 최악인 상태에서 나온 부시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가장 강력히 반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이날 오후까지도 직접적인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는 등 신중한 모습이다.
대신 관영 신화(新華)통신은 전문가들의 분석을 통해 "미국의 계획은 새로운 군비경쟁 및 대량파괴 무기의 확산과 함께 세계 평화를 위협할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도 성명을 통해 "MD 계획은 불가피하게 국제 안보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우주를 무기 없는 곳으로 내버려 둘 필요가 있다"고 완곡한 반대의사를 나타냈다.
EU는 국가별로 입장이 엇갈렸다. 영국은 "동맹국과 협의해 전략의 틀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환영한다"고 말하면서도 MD에 대한 직접적힌 찬성의사는 밝히지 않았다.
독일의 요시카 피셔 외무장관도 "부시의 계획은 독일 정부의 입장을 확인한 것"이라면서도 "핵무기 확산을 방지하는 협정은 지켜져야 한다"고 말해 ABM 협정 무용론에 제동을 걸었다. EU 의장국인 스웨덴은 "우리는 부시 대통령에게 MD 체제 강행을 중단할 것을 촉구해왔다"며 단호히 반대했다.
전역미사일방어(TMD)체제 참가를 검토해온 일본은 일체의 정부공식 성명을 내지 않고 러시아와 중국 등 주변국의 반응을 주시했다.
권혁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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