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수돗물은 과연 안전할까.." 2일 수도권 일부지역 수돗물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되자 서울시 상수도본부측은 즉각 "서울의 수돗물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시 관계자는 "서울시가 환경부와 공동으로 1998년부터 총 10곳의 정수장에 대해 지속적인 수질검사를 벌여왔으나 전혀 이상이 없었다"고 말했다.
서울시내 정수장은 하루 생산량 10만톤 이상인 대형정수장으로 관리가 엄격해 바이러스가 검출될 염려가 없다는 게 서울시의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해 6월 시의 용역을 받아 연세대와 강원대 의대가 시내 수돗물의 수질을 검사한 결과 30곳의 상수원 원수 가운데 13곳에서 바이러스가 나왔지만 정수장까지 거친 수돗물에서는 검출되지 않았다.
시의 '호언장담'에도 불구하고 그간 서울은 수돗물 바이러스 논쟁의 진원지였다.
특히 지난해 5월 서울대 생명과학부 김상종(金相鍾) 교수팀은 팔당 잠실 등 상수원의 원수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뇌수막염 등의 원인인 엔테로와 아데노바이러스가 검출됐고, 논현동 등 일반 가정 수돗물에서도 바이러스가 발견됐다고 밝혀 논쟁에 불을 붙였다.
시는 당시 "가정에서 검출됐다는 주장은 객관적인 조사방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반박했다.
결국 김 교수가 제기한 바이러스 논쟁은 학계와 시민단체, 서울시가 함께 조사팀을 구성, 올해 안에 조사하기로 합의하면서 미봉됐다.
이처럼 서울시의 수돗물 안전 여부는 '미제'로 남아 있지만 미심쩍은 구석도 적지 않다.
정수장에서는 깨끗해도 각 가정에는 오래된 배관을 통해 공급돼 수질이 떨어질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문제. 이에 대해 시는 "서둘러 교체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또 '조사방법의 차이 때문에 바이러스를 인정할 수 없다'는 서울시의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져 서울의 수돗물 논쟁이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
염영남기자
liberty@hk.co.kr
■바이러스 유발 질환
수돗물에서 검출된 엔테로바이러스는 최그 유행하고 있는 뇌수막염 원인의 바이러스라는 점에서 저항력이 약한 유아나 어린이를 둔 가정에서는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장바이러스의 일종인 엔테로바이러스는 입을 통해 우리 몸에 들어와 혈액 속으로 침투한다. 혈액을 타고 뇌막,간,심장,피부등 전신으로 퍼져 뇌수막염,장염,간염,피부발진, 심근경색 등을 일으킨다.
뇌숙막염의 증상은 고열,두통,기침,콧물 같은 감기 증상이 일반적이다. 때로는 몸에 발진이 나타나기도 하고 복통이나 설사를 일으키기도 한다. 뇌막염은 일반적으로 장바이러스에 의한 무균성 뇌수막염과 결핵균 등에 의한 세균성 뇌막염으로 나뉘는데,무균성 뇌막염은 세균성 뇌막염에 비해 증상과 후유증이 비교적 가벼운 편이다.
김동수 연세대 소아과 교수는 "다행히 장바이러스에 의한 뇌수막염은 세균성에 비해 합병증과 후유증이 없거나 매우 적다"면서 '하지만 수돗물에 바이러스가 나올 정도면 그만큼 정수시설이 매우 취약해 눈으로 볼 수 없는 또 다른 유해물질이 섞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번에 수돗물에서 함께 검출된 아데노 바이러스는 감기,결막염,심하면 폐렴 등 호흡기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김 교수는 "물을 5분 이상 끓여 먹으면 100%질명을 뎨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송영주 기자
■조사 주도 정용석 경희대교수
'먹는 물 수원(수원)에서의 바이러스 분포ㆍ실태 조사'를 주도했던 경희대 문리대 이학부 정용석(鄭龍錫ㆍ41) 교수는 2일 그 동안 연구 과정과 앞으로 대책을 제시했다.
-연구 기간은.
"1998년 12월 '2차 프로젝트'부터 참여했다. 20여명의 전문가와 함께 전국 60여개 정수장을 중심으로 원수와 정수처리된 물, 가정에 공급된 물 등 249l의 시료를 체취, 분석했다.
5월26일 연구가 끝나지만 문제점이 제기돼 지난 3월부터 본 연구와 별도로 앞으로 1년 동안 8회에 걸쳐 정수장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연구 소감은.
"원수와 먹는 물에 대한 바이러스 검사를 실시한 것은 국내 처음이다.
걱정되는 점은 일반인에게 바이러스에 대한 개념이 설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식을 넘어선 공포를 주는 결과가 될까 하는 점이다. 분위기가 너무 격앙돼 있다."
-앞으로 필요한 대책은 무엇인가.
"환경부나 정부가 여론에 휩쓸려 가는 것을 우려한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간적 여유가 필요하다.
국내에서 최초 시행된 시험이기 때문에 앞으로 수질 기준과 정수장 기준을 다시 마련해야 한다.
먹는 물에서 바이러스가 나왔다고 해서 수돗물 관리나 정수장 처리 문제를 따지는 것은 아직 이르다.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체계적인 사후 관리가 필고찬유기자
요하다.
jutdae@hk.co.kr
■남궁은 환경부 상하수도국장
환경부 남궁 은(南宮 垠) 상하수도국장은 3일 "수돗물 바이러스로 인한 질병 유발 가능성은 최종 용역결과가 나와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남궁 국장은 또 "2차 정밀추적조사(모니터링)에서는 가정급수에서 바이러스가 전혀 검출되지 않아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는 피해가 없다"고 주장했다.
-왜 갑자기 중간결과를 발표했나.
"연구용역이 끝나지 않았지만 일부 정수장에서 바이러스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고 빨리 대책을 세울 필요성이 컸다."
-바이러스가 검출된 정수장의 급수지역 주민들이 수돗물을 마시겠나.
"즉각 조치를 취했다. 상수원수나 정수에서 나오지 않았는데 가정급수에서 나오는 경우가 있어 1, 2차 정밀 조사를 했다. 정밀 조사에선 단 한 곳의 가정급수에서도 바이러스가 나오지 않았다."
-본 조사후 별도의 정밀조사는 왜 했나.
"첫번째 데이터는 여러가지 결과를 놓고 볼 때 일관성이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
자문위원들도 시료 분석 과정의 오류를 제기했다."
-바이러스가 있는 것은 결국 사실로 드러났다. 정부측 잘못을 인정하나.
"그럴 개연성이 있어 철저히 단기대책을 세웠다. 중장기 대책도 마련하겠다."
-이번에 발견된 수돗물 바이러스로 갖가지 질병이 우려된다.
"조사가 끝나지 않아 결과를 말 할 수 없다. 엔테로바이러스 유형도 밝혀지지 않았다.
김진각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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