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수돗물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으로 발표된 지역의 주민들은 극도의 혼란과 분노에 빠졌다.수돗물에 대한 신뢰가 단숨에 허물어져 버린 이날 각 지역 상수도 기관은 수돗물 관리책임을 묻고 불안을 호소하는 전화로 업무가 마비되다시피 했다.
주민들은 먹는 샘물 등 대체 식수를 확보하느라 한판 전쟁을 치르기도 했다.
특히 처리능력 10톤 이하의 노후한 정수장 물을 공급받는 이들 지역 주민들은 "다른 모든 행정 혜택과 관련 시설면에서도 평소 소외지역이었다"며 "이젠 바이러스 수돗물까지 마셔야 하느냐"고 총체적 행정불만을 터뜨렸다.
충북 영동군 심천면 고당리의 영동정수장 물을 공급받는 영동읍, 심천면, 양강면의 6,000여 가구 주민들은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영동군 상수도사업소에는 진위여부를 확인하려는 주민들의 전화가 빗발쳤다. 특히 일반 가정집 수돗물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으로 발표된 심천면 금정리 마을의 경우 환경부에서 연구용역을 맡은 조사단이 어느 집 물을 떠갔는가를 확인하느라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주민들의 불안과 분노가 극에 달했는데도 영동군 상수도사업소 관계자는 "3차례 조사 중 단 한차례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을 가지고 분석결과를 성급히 발표하는 바람에 수돗물에 대한 불신만 가중됐다"고 말하는 등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태도였다.
경북 영천시 화북ㆍ화남면 주민들도 하루종일 영천시 수도사업소에 전화를 걸어 관리 책임을 따져 물었다. 또 이 지역 생수업체들은 주민들이 먹는 샘물을 한꺼번에 주문하는 바람에 재고가 바닥나자 인근 지역에서 긴급 공수해오기도 했다.
권순열(權純烈ㆍ55) 화북면장은 "먹는 샘물 등 대체식수가 충분치 않아 일단 수돗물을 끓여먹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하남시 신장2동 이민구(李民九ㆍ여ㆍ48)씨는 "상수도에서 바이러스가 검출됐다는 모대학 교수의 주장에 대해 정부가 '전혀 근거없다'고 끝까지 주장하길래 그렇게만 믿었는데 이제와서는 배신감마저 든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여주군 여주읍 홍문리 주민 이태순(李泰順ㆍ56)씨는 "정부가 결국 주민들에게 바이러스를 통째로 마시게 한 꼴"이라며 "책임자를 철저히 가려 엄벌에 처하고 수돗물 관리를 위한 체계적인 계획도 세워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덕동기자
ddhan@hk.co.kr
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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