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발레단 팬클럽의 활약이 눈부시다. 공연을 빠짐없이 보는 것은 기본이다. 공연이 닥치면 연습실과 사무실, 무대 뒤에서 자질구레한 일을 돕는 자원봉사를 하는가 하면 관객 늘리기 작전을 맹렬히 펼친다.또 영상감상회를 열어 작품을 미리 공부하는 등 국립발레단의 열혈지기를 자청하고 있다.
6월 '백조의 호수' 공연을 앞두고 공연 알리기 전도사로 나섰다. 한 사람이 5명씩 관객 데려오기 작전이다.
공연 포스터 20장으로 교내 게시판을 도배한 대학생, 인터넷의 너른 바다에 국립발레단의 백조를 띄우겠다며 여기저기 공연 자료를 올리는 회사원 등 저마다 전략을 짜내 임무를 수행 중이다.
동호회 '정 익는 발레 마을'이 생긴 것은 지난 1월 1일. 국립발레단의 인터넷 홈페이지(kballet.org)가 문을 연 다음 날이다.
축하 메시지가 잇따르면서 자연스럽게 그 안에 동호회 방이 생겼다. 무용단 팬클럽으로는 국내 1호다. 발레 마을 주민은 600여 명.
초등학생부터 30대 후반까지, 학생 직장인 군인 주부 등 다양하다. 발레를 좋아한다는 것 하나로 뭉친 보통 사람들이다.
온라인 게시판은 회원들의 글로 뜨겁다. 공연평, 감상문, 발레 자료, 궁금증을 묻고 답하는 내용, 국립발레단을 위한 충고, 관객 늘리기 무용담 등이 줄기차게 올라온다.
발레 마을 주민들은 2월부터 매달 한 차례 국립발레단의 해설이 있는 발레 공연이 있는 날 정기모임을 갖고 있다.
고정 참석자는 40명 정도. 공연을 본 소감을 나누고 무용수를 초청해 집중 인터뷰를 하고, 열성 회원 중 '나도 평론가'와 '열혈지기'를 뽑아 서로 격려한다.
공연 기간에는 스태프가 부족한 국립발레단의 일손을 돕는다. 의상을 손보고 무용수가 의상 입는 것을 돕고 소품 챙기고 정돈하고 공연을 알리는 우편물을 보내고 문의 전화를 받는다.
요청은 없었지만, 여러 날 동안 무용수가 벗어둔 땀에 젖은 타이즈를 세탁하느라 주부 습진에 걸린 회원도 있다.
4월 열혈지기상의 정일영(34ㆍ회사원)씨는 소수파인 남자 회원들의 소모임 '죽은 시인의 사회'를 만들어 시와 발레, 인생을 이야기하는 풍류를 즐기고 있다.
최근 국립발레단 아카데미의 성인반에 등록한 또다른 남자 회원 이상엽(35ㆍ회사원)씨는 "발레를 배우니까 관절들이 살아난다"며 발레를 예찬한다.
발레 마을 시솝 임영숙(25ㆍ가톨릭대 사무조교)씨는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공연을 보는 눈이 넓어졌고 다양한 회원들을 만나다 보니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고 말한다.
발레마을 주민들은 휴일인 5일 영종도로 MT를 떠난다. 가서 '백조의 호수' 비디오 감상회를 가질 예정이다.
20일 정기모임에서는 국립발레단의 지난해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 비디오로 작품 감상회를 갖는다. 발레 사랑은 그렇게 깊어간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