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이 흔들리고 있다. 농사에 대한 만족도가 1년 사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고 언제든 농촌을 떠나겠다는 농민의 숫자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2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말 전국의 농민 1,00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2000년 농업인 의식구조'에 따르면 농사에 만족한다고 답한 농민의 비율은 10명 중 1명 정도(12.6%)에 불과했다.
농사에 대한 만족도는 1차 농어촌구조개선 사업이 마무리된 98년 29.1%까지 높아졌다가 99년 21.4%로 떨어진 이후 4년만에 처음으로 10%대로 주저앉았다.
5년 전과 비교한 현재의 농촌생활 수준에 대해 15.1%만이 '좋아졌다'고 대답했으며 5년 후에 농촌생활이 현재보다 좋아질 것으로 믿는 농업인의 비중도 94년 이후 20~30%대의 비교적 높은 비중을 유지하다 지난해 처음으로 한 자릿수대(9.2%)로 떨어졌다.
외환위기 이후 농업경영 여건이 회복되고 있다고 느끼는 농업인은 9.8%에 그친 반면 55.3%가 오히려 나빠졌다고 평가했다.
농산물 수입개방과 뒤떨어진 유통구조에 따른 농산물 값 폭등락(37.1%)과 농가부채 누적(30.0%)이 주된 원인이었다.
자녀들에게 농업을 대물림하겠느냐는 설문의 경우 '적극적으로 권장하겠다'는 응답이 전년의 5.7%에서 3.5%로 줄어든 반면 '농촌을 떠나겠다'는 응답은 7.0%에서 11.2%로 뛰어올랐다.
농민들은 이농의 이유로 '농산물 수입개방으로 농사짓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 같아서'라는 항목에 가장 많은 공감(40.4%)을 표시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김동원(金東元) 연구원은 "외환위기 이후 농업부문의 투자위축과 농산물 수입개방 등으로 농가소득의 안정망에 구멍이 뚫리면서 농촌사회의 동요가 심화하고 있다"면서 "지속적인 유통구조 개혁과 농가부채 경감 등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김병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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