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자민 민국 등 3당 연합이 이한동 국무총리와 이근식 행자부장관 해임건의안 투표에 집단 불참함으로써 그 표결 처리를 무산 시킨 것은 떳떳한 일이 아니다.당당하게 투표에 응하지 않고, 의원들을 선별해 투표에 불참케 한 것은 어떻게 봐도 낯 간지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기권할 권리를 행사한 것 뿐"이라고 오히려 목소리를 높이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당직을 맡고 있는 의원들은 믿을 만 하니까 투표에 참석해도 되고, 그렇지 않은 의원들은 믿을 수 없으니까 아예 투표에 참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당 지도부 의사에 따라 기권할 권리가 부여되는 일은 어디에도 없다.
자민련의 추태는 더 하다. 소속 의원 전원이 투표에 불참함으로써 사실상 찬반 의사를 공개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이는 무기명 투표의 취지를 정면으로 위배하는 것이다.
공동여당의 이러한 행동들은 의회주의와는 거리가 먼 실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공동여당은 지난해에도 국회의장실 농성으로 의장의 사회권을 원천 봉쇄하는 방법으로 법무부 장관 및 검찰총장 탄핵소추안 처리를 무산시킨 바 있다. 국회에서 일어나는 이런 추태들이 정치불신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점을 공동여당 지도부는 깊이 헤아려야 한다.
이번 일에 야당도 떳떳하지는 않다. 해임 건의안이 무산될 것을 뻔히 알고도 표결처리를 진행시킨 것이나, 그러고도 정국경색의 모든 책임을 여당에만 돌리려 하는 것은 온당한 태도가 아니다.
적법한 절차의 개표행위를 저지한 것도 꼬투리가 될 수 있다. 여당의 지적처럼 '울고 싶을 때 뺨 때려준 격'은 아닌지 자성해야 한다.
해임건의안 처리가 무산된 뒤 당사자인 이한동 총리가 김종필 자민련 명예총재 등과 함께 파안대소 하고 있는 모습은 오히려 국민들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비록 해임건의안이 야당에 의한 정치 공세적 성격이 있다 하더라도, 자신의 인사문제로 추태가 연출된 본회의장에서 마치 게임에서 이긴 사람처럼 행동하는 것은 결코 온당한 처신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는 겸허한 모습을 보여야 했다.
이런 자세가 얼마 전의 재ㆍ보선에서 여당을 참패케 한 이유 중 하나라는 것을 공동여당 지도부는 깊이 생각해야 한다. 민심은 바로 이런 데서 출발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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