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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임표결안 이모저모 / "투표하라" "기권은 자유" 맞고함…파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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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임표결안 이모저모 / "투표하라" "기권은 자유" 맞고함…파행

입력
2001.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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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3당연합 성사 후 첫 여야 세 대결이 이뤄진 국무총리ㆍ행자부 장관 해임건의안 표결에서 민주당과 자민련은 '투표 부분 불참' 으로 정면대결을 회피했고, 한나라당은 개표를 저지하며 거세게 항의, 일대 소동이 벌어졌다.육탄전 일보 직전까지 가는 여야 실랑이 끝에 투표 종결 및 개표가 선언됐으나 밤 11시 50분을 넘기고도 개표가 진행되지 않자 이만섭(李萬燮) 의장은 산회를 선포했다. 이에 따라 해임 건의안은 본회의 보고 72시간이 지난 1일 오전 10시 자동 폐기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실시된 인권법 표결은 찬성 137, 반대 136으로 민주당 안이 가까스로 통과됐다. 인권법 표결 과정에선 군소정당 및 무소속 3인이 민주당 안에 반대표를 던지는 '기록'을 남겼다.

▲ 국무총리ㆍ행자부장관 해임건의안 표결

이날 밤 9시58분께 이만섭 의장이 해임건의안 표결을 선언하자 민주당과 자민련 의원들이 서서히 회의장을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불참 전략임을 간파한 한나라당 총무단이 본회의장 안에서 긴급대책 회의에 들어갔다.

민주당과 자민련 의석에 절반이 넘는 의원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을 본 한나라당 측은 일단 관망자세를 취하다 투표가 시작된 후에도 민주당과 자민련 의원 전원 투표를 하지 않고 회의장을 빠져나가자 크게 술렁였다.

반면, 본회의장을 빠져나가는 민주당과 자민련 의원들은 여유 있는 표정으로 당 지도부와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여 3당은 3분의 1 정도 의원이 투표 전에 미리 빠져나가고, 3분의 1 정도 의원이 투표하는 과정에서 불참하고 나머지 의원들만 투표에 참여하는 '변형된 투표 불참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민주당측에선 당초 지도부 24명만 투표에 참여해 의결정족수를 채워주려 했으나 '반대'가 확실한 의원들의 투표는 막지 않아 투표 인원수가 늘어났다는 후문.

한나라당 일각에선 "자민련 의원이 전원 투표에 불참한 것은 반란표가 나오면 모두 민주당 쪽 표가 확실하기 때문에 귀책사유를 분명히 해 두기 위한 것이 아니겠느냐"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더 이상 투표하는 의원들이 없자 한나라당 의원들은 10시10분께 의장석으로 달려 나와 "자민련 의원 20명 전체와 민주당 의원 70여명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았으니, 이름을 일일이 불러 투표해줄 것을 요청해 달라"고 요구하며 거세게 항의했다.

이 의장은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잠시만 기다려 달라"고 달래면서도 "비밀 투표의 관례 상 불참한 의원들의 이름을 일일이 호명한 적은 없다"고 이들의 요구를 뿌리쳤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강한 여당이 뭐 이러냐" "3당 공조한다면서 왜 투표 안 하나"라고 야유했고, 민주당 의원들은 "투표 안 한 사람들은 안 할 권리가 있는 거야" "투표 끝났는데 왜 개표 안 하느냐"며 맞불을 놓았다.

여야 의원들의 실랑이가 계속되면서 본회의장은 서서히 난장판으로 변해갔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 배기운(裵奇雲) 의원과 한나라당 윤두환(尹斗煥) 의원 등이 멱살잡이 일보 직전까지 가는 험악한 상황이 연출됐다.

급기야 여야 총무가 의장석 앞으로 나와 이 의장을 향해 얼굴을 붉히며 고함을 지르는 소동을 벌이자 이 의장은 밤 10시45분께 신경질적으로 투표 종료를 선언하는 방망이를 두드렸고 한나라당 김무성(金武星) 수석부총무가 이를 제지하다 의장석 앞에 놓여있는 마이크를 넘어뜨렸다.

의장이 투표 종료를 선언한 직후 한나라당 의원들이 한꺼번에 몰려드는 바람에 투표함이 쓰러지기도 했다.

야당측의 저지로 개표가 이뤄지지 않자 밤 11시께부터 본회의장은 대치 상황으로 들어갔다.

야당 의원들이 "3여의 힘이 이것밖에 안 되느냐"고 비아냥 거렸지만, 민주당은 자정께 열린 대책회의에서 김중권(金重權) 대표가 "애국하는 모습으로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주었다"고 만족감을 표시하고, 이 총무가 지도부로부터 박수를 받는 등 '작전'성공을 자축하는 분위기였다.

▲ 인권법 표결

한나라당의 수정안과 법사위를 통과한 민주당 안에 대해 각각 기립해 찬반을 표시하는 방식으로 실시됐다.

한나라당 수정안은 소속 의원 전원과 한국신당 김용환(金龍煥) 의원, 무소속 강창희(姜昌熙) 정몽준(鄭夢準) 의원이 찬성표를 던져 136명을 확보했으나, 민주당 자민련 민국당 의원 137명 전원이 반대표를 던져 부결됐다.

반면, 민주당 안은 여 3당 의원 전원 찬성, 한나라당 의원 전원 반대, 나머지 3명 기권을 기록했다.

박천호기자

toto@hk.co.kr

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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