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세계(歲計) 잉여금 사용을 변경하려 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세계 잉여금은 정부 예산보다 더 걷힌 세금으로, 나라 살림살이를 하고 남은 돈이다. 이 돈의 사용처는 법으로 규정되어 있는데 이를 민주당이 바꾸겠다는 것이다.예산회계법은 특별한 예외를 제외하고는 국채 또는 차입금의 원리금 상환, 국가 배상법에 따른 배상금에만 세계 잉여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를 '세계 잉여금은 추가경정예산의 재원으로 사용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국가채무 상환, 지방교부세 정산에 우선 사용하여야 한다'고 수정하겠다는 것이다. 세계 잉여금을 추경예산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또 '세계 잉여금은 세입 세출 결산보고서에 대한 대통령의 승인을 얻은 때부터 사용할 수 있다'고 고쳐 규모가 확정되기 전에 앞당겨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 한다.
어차피 돈이 들어갈 곳이면 빨리 투입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국가부채에 대한 막대한 이자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여기에는 국회의 예산 결산 심사권한의 침해라는 중대한 문제가 있다.
예상보다 많이 걷힌 세금의 처리에 일정한 제한을 두는 것은 법률에 의한 세금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사용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른 사용을 방지하자는 취지도 있다. 세계 잉여금과 관련된 여당의 움직임이 우려되는 것은 우선 이 자금이 정치적 목적이 고려된 추경편성에 투입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어서 수정 의도가 더욱 의심이 된다.
정부는 2003년을 균형재정 달성 목표로 삼고 있다. IMF 이후 불가피하게 늘어난 재정적자를 줄이자는 것이다.
정부가 마련중인 재정 건전화 법안은 이를 위해서다. 그런데 여당에서 오히려 재정 건전화를 저해할 가능성이 있는 방향으로 수정하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실업 대책이나 경기 부양은 시급하고도 중요한 문제다. 그렇다고 해서 재정 건전화를 위협하는 세계 잉여금의 추경예산 사용은 나중에야 어찌되었건 당장 급한 불부터 끄고 보자는 식의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 경제가 외환위기에서 비교적 빨리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재정이 건전했기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민주당은 잊어서는 안 된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