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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연환계 걸려든 그린벨트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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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연환계 걸려든 그린벨트 개발

입력
2001.05.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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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그린벨트를 둘러싸고 일어나는 일련의 일들을 볼 때 오래 전에 읽은 '삼국지'의 적벽대전 생각이 자꾸 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적벽대전에서 조조는 방통의 연환계에 말려 배들을 한데 묶어 놓았다. 조조의 의도는 배들을 한데 묶어 흔들리지 않게 해서 물에 약한 병사들의 배멀미 문제를 해결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원래의 의도와는 달리 화공을 당하자 그야말로 속수무책으로 전멸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모든 일은 원래의 의도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될 때 부작용을 낳게 마련이다.

하물며 원래의 의도가 잘못된 판단에 기초하는 경우의 부작용이 얼마나 극심할 것인지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지난 99년 말에 헌법재판소가 '그린벨트 헌법불합치' 판정을 내린 것과 그린벨트의 엄청난 사회적 비용에 관한 개발론자들의 주장이 대폭 수용된 것이 그린벨트 해제결정의 기폭제 역할을 하였다.

그 후 1년 남짓한 시간이 지난 지금 각 지자체들은 미리 정한 사용 용도에 맞추어 그린벨트를 해제할 것을 추진하는가 하면 일부 지자체는 그린벨트 개발을 위한 민자유치 설명회까지 개최하는 등 그린벨트의 난개발에 대한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린벨트의 해제를 결정한 논거들을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헌법재판소의 판정은 사유재산권을 일방적으로 침해한 부분에 대해서는 정당한 보상을 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린벨트에 수십년간 거주하는 원주민들의 사유재산권 행사가 극도로 제약받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1만평짜리 농지 위에 30평짜리 창고 하나 짓지 못하는 현재의 그린벨트에 관한 규제를 생각하면 당연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최근 지자체들의 그린벨트 활용 방안은 이와는 사뭇 다른 듯 하다. 골프장, 미니 신도시, 각종 위락시설 등을 건설한다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대단한 개발계획인 것 같기는 한데 오랜 기간동안 사유재산권의 행사를 극도로 제한 받은 것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는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원래의 의도와는 상당히 다른 방향으로 일이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조조의 의도와는 달리 전개된 적벽대전의 결과와는 달랐으면 하고 바랄 뿐이다.

그린벨트 해제에 관한 개발론자들의 주장은 그린벨트의 사회적 비용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린벨트의 사회적 비용이 얼마인지를 계산한 예는 매우 많이 있다. 그러나 그린벨트의 사회적 비용이 사회적 편익에 비해 얼마나 더 큰지를 말한 개발론자들의 주장을 들은 기억은 없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쾌적성이나 토지이용기회를 후손들에게 남겨둔다는 등의 그린벨트의 사회적 편익은 쉽게 측정해서 알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알지 못하는 것과 없는 것은 분명히 다른 것이다.

우리가 왜 늙는지를 알지 못한다고 해도 늙기는 마찬가지인 것과 같은 이치이다.

설혹 그린벨트의 사회적 비용이 사회적 편익보다 크다고 해도 지금의 개발방향은 아니다.

그동안 그린벨트에 러브호텔이나 골프장을 짓지 못해서 막대한 사회비용이 발생하였는가. 골프장을 지어 지역의 소득을 올리겠다는데 무엇이 문제인가라고 물을 수도 있겠다.

어느 지역에 골프장을 지으면 그 지역의 부가가치 생산은 증가하지만 주민소득과는 거의 관계가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그린벨트의 해제는 신중할수록 좋다. 부득이 해제하는 경우에는 원래의 목적에 충실해야 한다.

무엇 때문에 해제하려고 하였는지를 항상 염두에 두고 해제 이후의 토지이용이 원래의 목적에 적합한지 사후 관리를 철저히 해야한다.

이를 망각하면 연환계에 걸려들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할 일이다.

서 승환·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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