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그룹들이 새로운 성장엔진을 찾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삼성 현대 LG SK등 4대 그룹이 올들어 긴축경영의 고삐를 죄는 사이 두산 한화 동부 등 구조조정을 마무리한 중견 기업들은 풍부한 현금 유동성을 바탕으로 신규 투자를 늘리고, 그룹의 주력 사업 포트폴리오를 새로 짜는 공격경영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한국중공업을 인수, 주력업종을 발전설비분야로 바꾼 두산은 최근 한국전력 자회사인 한전기공과 한국전력기술 인수에 나서는 등 중공업 분야 사업영역을 계속 확장하고 있다.
두산은 이미 두 회사의 매각입찰에 참여하겠다는 의향서를 제출했으며 계열사 매각대금과 두산중공업 사내 유보금을 동원, 5,000억원 안팎의 인수자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두산 관계자는 "전력설비 유지ㆍ보수 전문 회사인 한전기공과 발전설비 설계 및 건축 엔지니어링 관련 기술서비스업체인 한국전력기술 인수를 통해 두산중공업과 연계, 발전분야 설계에서부터 제조ㆍ보수ㆍ서비스에 이르는 종합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부그룹은 금융업과 더불어 반도체분야를 주력 사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최근 동부전자를 통해 비메모리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 사업에 진출했다.
동부전자는 4월 25일 충북 음성공장의 라인 설치 및 시험생산을 끝내고 양산체제에 들어갔으며 내년 하반기부터는 흑자를 내고 2003년까지 생산규모를 월 4만5,000장 수준으로 확대, 매출액도 10억1,000만달러로 늘릴 계획이다.
동부는 이를 위해 산업은행과 도시바에서 각각 5,000만달러를 끌어온 데 이어 올 하반기 해외에서 3억1,000만 달러를 추가 유치할 계획이다.
동부전자가 생산하는 비메모리 반도체는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와 정보통신기기, 네트워크 장비, 디지털 가전제품 등에 사용되는 것으로 기술제휴선인 일본 도시바 등 3개 주문업체에 공급된다.
정보기술(IT)에 이어 금융업 진출 등 주력사업 찾기에 고심해온 한화는 최근 대한생명 인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조만간 대한생명 공개입찰을 맡게 될 매각 주간사가 선정되면 해외 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 입찰에 참여할 계획이다.
한화는 일본의 오릭스와 컨소시엄 구성을 추진하고 있으며 지난해부터 준비작업에 들어가 이미 필요한 현금 일부를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는 대생 인수에 약 1조3,000억원 안팎의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오릭스와 인수금 분담 방식을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롯데는 미도파백화점과 LG홈쇼핑 인수에 나서는 한편 유통과 금융ㆍ인터넷을 결합한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키로 하는 등 세력 확장을 거듭하고 있다.
중견기업들의 이 같은 몸집불리기 행보에 대해 수익성이 담보되지 않는 무리한 사업확장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재계 관계자는 "중견 기업의 신규사업 진출은 주력 사업 포트폴리오 재구성을 위한 생존의 몸부림"이라며 "하지만 이들 기업이 너나 없이 뛰어드는 금융업 등이 기존 업체와의 경쟁에서 이겨 건전한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을 지 여부는 3~4년이 더 지나봐야 알 것"이라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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