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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 자격증 70% 취업땐 '무용지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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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 자격증 70% 취업땐 '무용지물'

입력
2001.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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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없는 자격증이 너무 많다.산업구조 변화와 기술발전을 따라잡지 못해 무용지물이 됐거나, 공급과잉으로 취업에 도움이 되지않는 자격증들이다.

그런데도 취업난에 편승, 이들 자격증들은 '100% 취업보장'이라는 과장 선전으로 실업자와 미취업자들의 금쪽같은 돈과 시간을 축내고 있다.

정부예산에서도 연간 수백억원씩이 쓸모 없는 자격증 관리용도로 낭비되고 있다.

노동부에 따르면 현재 발급되는 자격증은 산업인력공단과 대한상의가 위탁시행하는 국가기술자격증 600여개, 민간협회 자격증 400여개 등 초 1,000여개. 이중 국가기술자격시험에만 IMF 외환위기 이후 3년간 무려 1,354만명(중복 응시자 포함)이 응시해 424만명이 합격했다.

국민 3,5명당 1명꼴인 엄청난 응시율이다.

하지만 이들 자격증 태반이 수첩이나 액자 속에서 사장돼 있다. 정부산하기관인 한국직업능력개발원조차 절반은 당장 정리돼야할 종목으로 꼽고 있을 정도.

1984년 도입된 판매관리사는 유통혁신을 따라잡지 못해 유용성을 상실한 대표적 사례. 업체마다 첨단 관리 시스템을 도입, 관련 인력을 줄여가고 있는 형편이지만 지금도 유망 자격증으로 포장돼 매년 1만명 이상의 응시생을 끌어들이고 있다.

항공분야에도 국가기술자격증이 9종목이나 되나 채용시 고려되는 것은 거의 없다. 기술 발전을 반영치 못해, 업계 요구수준과는 거리가 멀다는 게 이유. 심지어 광산개발이 거의 중단됐음에도 불구, 70년대 만들어진 18개 광업관련 자격증도 여전히 실직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정부가 '자격증 맹신현상'을 부추겨 오히려 구직의지를 꺾는 것도 문제. 지난해 정부가 "노동부 취업정보센터 등에 대거 채용하겠다"며 만든 직업상담사는 합격자 2,241명(3만5,000명 응시)중 500여명만 직업 상담원으로 일하고 있을 뿐이고, 한때 병역특례까지 추진돼 2년간 12만명이 응시 (합격자 1만명)한 전자상거래관리사도 취업에는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경희대 취업정보실 이종구 겸임교수는 "현재 자격증들중 70~80%는 쓸모 없는 '장롱 자격증'"이라며 "기능을 상실한 자격증을 대거 정리하고, IT(정보기술) 분야 자격증 위주로 체계를 전면 재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퇴물자격증이 유망자격증 둔갑

자격증이란 희소가치가 있고 시대를 반영해야 인정을 받는 법.

공급이 너무 많거나 수요가 사라졌다면 의미가 없다.

현재 그런 자격증이 70~80%나 된다는 것이 전문가나 업계의 지적. 그런데도 정부가 당장의 취업난 해소효과를 위해 마구잡이로 자격증 취득을 부추기고 각종 사설학원들도 이에 편승, 과장 광고를 일삼으면서 애꿎은 실직자.미취업자들만 이중의 고통을 겪고 있다.

연세대 김농주 취업담당관 등은 "자격증 취득시 수강료.교재비 등으로 적게는 10만~20만원, 많게는 수백만원이 든다"며 "정부가 자격증 설계시 최소한 향후 5년간의 수요예측을 통해 노동시장에서 '업무능력 보유자 선별'이라는 자격증의 본래기능을 회복시켜야 하다"고 지적했다.

▲ 무용지물로 전락한 자격증

2년전 직장을 잃은 장모(32)씨는 월 200만~3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학원광고를 보고 4개월을 준비, 지난해말 경비지도사(민간 경비업체의 경비교육 담당)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여전히 실직자 신세.

대부분 경비업체들이 법정인원을 훨씬 초과하는 경비지도사를 이미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능검정원(운전면허시험 감독관) 자격증 소지자도 99년 3,100여명이 배출됐지만 이미 수요가 대부분 채워졌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합격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경찰청은 지난해부터 전국 단위 선발 시험을 아예 폐지해 버렸다.

상당수 IT(정보기술) 관련 자격증도 마찬가지. 지난해 유통업체에서 퇴사한 이모(34)씨는 100% 취업이 된다는 인터넷검색사와 전자상거래관리사 자격증을 땄지만 어느 기업에서도 이를 인정해주지 않았다.

80년대 이전 만들어진 '퇴물 자격증'들도 여전히 국가기술자격증 리스트에 남아 관리예산만 낭비하고 있다. 산업구조 변화로 수요가 거의 사라진 농업 광업 섬유 금속 분야등의 수십종 자격증이 그 것들이다.

▲ 정부가 부추기는 '자격증 맹신'

3년전 실직한 이모(37)씨는 정부가 지난해 3월 신설한 직업상담사 자격을 1년여 준비끝에 취득했지만 번번이 취업에 실패, 지금은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준비하고 있다.

당시 노동부는 "직업상담사는 노동부 취업정보센터, 직업교육훈련기관, 사회복지.직업상담기관 등에서 실직자 대상의 상담전문가로 대부분 취직될 것"이라고 장담했었다.

이씨와 같은 실직 직업상담사는 지난해 합격자의 85%인 1,900여명. 취업정보센터 등에 취직된 400여명의 상당수도 행정보조요원 역할에 머물고 있다.

정부가 정확한 수요예측도 없이 '일단 만들어 놓고 보자'는 식으로 자격증을 남발한 결과다.

지난 2월 노동부가 중.장년층 실업자의 재취업에 유리하다고 선정한 한식조리사, 제빵제과사, 컴퓨터 기기 운용기능사 등 12개 권장 자격증도 이력서 한줄 채우는 이상의 의미밖에 없다.

1998년 실직한 이모(45)씨는 제빵기능사.실내건축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경험이 없다는 등의 이유로 한번도 써먹지 못했다.

결국 창업하는 길 뿐이지만 억대를 넘는 자금마련 자체가 불가능하다.

정부가 정작 필요한 부문에서는 뒷북치기만 하는 것도 문제. 정부는 웹디자인기능사, 게임관련 자격증을 올해 신설할 계획이지만 이 자격증들은 이미 2~3년전부터 각종 민간협회에서 발급하고 있다.

결국 이들분야에 국가기술자격증 소지자가 배출될 때면 이미 공급이 넘쳐나 있을 가능성이 높다.

유병률기자

bryu@hk.co.kr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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