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새 일본 총리의 탄생 소식을 전하느라 지난 주는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1993년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 총리의 비자민ㆍ비공산 연정 출범 당시를 제외하고 우리 언론이 일본 정치에 이토록 커다란 관심을 보인 예가 없었다.
또한 동일한 정치 사건을 두고 한일 양국의 언론이 이번처럼 대조적인 시각을 보인 적도 없었다.
양측이 모두 흥분하기는 마찬가지였으나 일본 언론이 '열광'한 반면 우리는 우려와 경계로 치달렸다.
일본 언론은 구미 언론과도 전혀 다른 한국 언론의 시각에 궁금증을 표했다. 그 대답을 근거로 대아시아 외교를 고이즈미 정권의 핵심 과제로 지적하기도 했다.
주말에 몇몇 주일특파원 모임에서는 역사교과서 문제에 사로잡혀 고이즈미 정권의 참모습을 제대로 전하지 못했다는 자성론이 일었다.
자민당 총재 경선 과정에서 그가 쏟은 강경 발언과 개인ㆍ파벌의 성향을 근거로 일본의 우경화 우려를 강조하느라 자민당내 개혁과, 이를 부른 일본 국민의 정치 변화 욕구를 소홀히 했다는 게 주조였다.
고이즈미 총리의 강경 발언은 경계와 우려를 낳기에 충분했다. 그런 자세가 무력감에서 비롯된 일본 국민의 변화 욕구를 엉뚱한 방향으로 몰아 갈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어차피 정권 담당자가 되면 인식의 지평이 넓어질 수 밖에 없고, 일본이 이미 한쪽으로 급히 달려가기 어려운 사회 발전 단계에 이르렀다는 점도 고려해야 했다.
그가 집단자위권 행사를 위한 헌법해석 변경 및 개헌 주장에서 물러서고, 말로라도 교과서 문제에 성의를 표하는 모습을 보면 그런 아쉬움이 더하다.
그를 정확히 판단하기에는 좀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전하고 싶다.
황영식 도쿄특파원 yshw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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