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일 지자체 중 처음으로 대전시가 건립한 대전시민천문대가 문을 연다. 이 제안을 처음 내놓았던 한국천문연구원 박석재 박사가 시민천문대에 대한 글을 보내왔다.새천년 들어 우주를 소재로 한 SF 연속극, 영화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하지만 우리 과학문화가 너무 열악하다 보니 'ET는 백인 아이들이나 만나야 한다'는 식의 절망적 고정 관념이 우리들 마음 속 깊이 자리잡게 됐다.
우리가 봐도 한국 어린이가 ET를 만나는 장면이 영화에 나온다면 이상할 정도가 된 것이다. 우리는 언제까지 '시누 올케 싸우는' 연속극 수준에 머물러야 하는가.
문화수준이 낮아 훌륭한 문화상품을 가지지 못한 국가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고 결국 문화전쟁에서 져 망하게 된다.
우주시대 이러한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해 줄 수 있는 문화시설이 바로 시민천문대다.
아이들이 시험을 못 봐 울적할 때 별을 보고 마음을 달랠 수 있는 곳, 부모와 자식이 손잡고 우주를 보러 가는 곳, 외지에서 손님이 왔을 때 자랑할 수 있는 곳, 바로 이런 곳이다.
한 아시아 천문학자 모임에서 일본의 천문학자는 일본에 공립 시민천문대가 200개가 넘는다고 발표한 바 있는데, 실제로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립 시민천문대까지 합치면 300개가 넘는다.
그러니까 일본에서 '은하철도 999' 같은 만화영화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사립 시민천문대가 서너 개 있을 뿐 공립 시민천문대는 없다. 하지만 드디어 5월 3일 대전에 지방자치단체가 건립한 제1호 천문대, '대전 시민천문대'가 준공된다.
이제 여기서 우주를 보며 자란 아이들은 SF 작가, 우주음악가, 우주미술가, 우주비행사가 될 것이며, 한국판 '스타 워즈'를 만들 것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방문할 기회가 있으면 영화 '이유 없는 반항'이 촬영된 그리피스 천문대를 꼭 가보기 바란다.
시민천문대는 과학기술 관점에서 볼 때 축구의 잔디구장과 같은 것임을 깨닫게 될 것이다.
잔디구장이 많은 나라가 월드컵에서 우승하는 것 아닌가. 시민천문대도 몇 개 없는 나라가 어떻게 과학기술로 21세기에 살아남겠다는 말인가.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대전 시민천문대 건립은 만시지탄의 감마저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희망이 있다.
동네 노래방 하나 잘 되면 우후죽순처럼 노래방이 생겨난다. 대전 시민천문대가 잘 운영되고 그 효과가 뚜렷하면 전국적으로 시민천문대가 '신나게' 세워지리라 확신한다.
실제로 영월, 김해, 무주, 정읍 등에서 시민천문대 건립이 이어지고 있어 꿈은 현실로 바뀔 전망이다.
필자의 건의를 받아들여 준 대전광역시, 천문대 부지를 쾌척한 한화 그룹, 지원을 아끼지 않은 과학기술부에게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감사드린다.
/박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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