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지역 최대의 가스개발 사업인 러시아 이르쿠츠크 가스전의 한국 기업 지분이 지난해 말 외국 회사에 완전히 넘어간 것으로 뒤늦게 밝혀져 정부가 정밀추적에 나섰다.특히 보유지분을 넘긴 기업이 과거 한보그룹 자회사였던 EAGC(구 동아시아가스)여서 매각자금의 향방에 의혹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29일 산자부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EAGC는 지난해 12월 보유 중이던 이르쿠츠크 가스전 개발지분 7.1%(337만주)를 2~3개 다국적 석유메이저에 매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매각대금은 수천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나 구체적인 매각조건과 매각과정은 알려지지 않았다.
이에 따라 이르쿠츠크 가스전 개발사업과 관련, EAGC의 가스전 소유권 지분을 확보하려던 정부의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산자부 관계자는 "지난주 러시아의 루시아 석유회사 관계자로부터 EAGC 지분이 이미 넘어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가스전 개발이 끝나 가스공급이 본격화할 경우 소유권 지분의 자산가치가 크게 올라갈 것으로 예상돼 지분확보를 추진해왔는데 무산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가스전 개발사업은 가스전 소유권과는 관계없이 추진되는 것이므로 EAGC의 지분매각이 사업자체에 영향을 주진 않는다"고 밝혔다.
EAGC는 당초 1996년 8월 이르쿠츠크 가스전 개발권을 가진 러시아의 루시아 석유회사로부터 지분 27.5%(1,237만5,000주)를 2,500만 달러에 사들였다가 97년 한보그룹 부도 이후 국세청과 채권단의 압류조치로 경영권을 박탈당하자 러시아 회사를 통해 지분 20%(900만주)를 5,790만 달러에 브리티시 페트롤륨(BP)에 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EAGC는 이중계약을 통해 2,520만 달러에 판 것처럼 허위계약서를 작성, 차액 3,270만 달러를 스위스은행 등에 은닉한 것으로 당시 검찰수사 결과 밝혀졌다. 한편 정부는 나머지 7.1%의 지분을 국내 컨소시엄에 팔도록 여러 경로를 통해 시도했으나 EAGC와의 접촉에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르쿠츠크 개발사업은 한ㆍ중ㆍ러 3개국이 공동으로 러시아 이르쿠츠크시 북방 450㎞에 위치한 코빅틴스크 가스전을 개발, 가스관을 통해 중국과 우리나라에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사업으로 개발비용만 100억 달러가 넘는다.
한국은 현재 중국ㆍ러시아와 가스관 통과를 위한 사업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2008년부터 매년 700만 톤의 가스를 도입한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최윤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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