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어 업종이 국내 자동자 업종의 흥망과 밀접한 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오산이다. 지난 1997년 외환위기이후 기아자동차, 대우자동차 등이 줄줄이 쓰러질 때도 국내 타이어 업계는 호황을 누렸다.이는 국내 타이어 업체들이 총매출의 70% 이상을 수출할 뿐 아니라 신차에 쓰이는 타이어보다 교체용 타이어 비중이 3대 7로 월등하기 때문이다.
국내 자동차 공장이 멈춰도 타이어 파는 데는 큰 지장이 없는 셈이다. 외환위기로 원화가치가 폭락했으니 당시 호황은 당연한 결과였다.
이렇듯 환율에 민감한 국내 타이어 업종은 지난해 환율하락(원화상승), 원자재값 상승, 달러기준 수출단가의 하락 등으로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이에 따라 타이어업종의 주가지수도 99년 9월 이후 종합주가지수와 괴리를 보이면서 종합주가지수에 비해 하락폭이 더 큰 모습을 나타냈다.
구체적으로는 상장 타이어업종 5사의 매출액이 전년 대비 9.8% 증가, 외형적인 성장세를 지속했으나 경상이익은 90%나 줄어들었다. 여기에 튜브가 필요없는 래디알 타이어가 시장을 거의 차지함에 따라 동아타이어, 흥아타이어 등 튜브생산전문업체는 어려움이 가중, 사업전환을 적극 추진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상황이 호전, 올해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수출감소의 주원인이었던 원화강세가 반전, 최근 원화 환율이 1,300원을 넘어 가격경쟁력이 강화됐기 때문이다. 또 대유럽 수출 비중이 30%이상으로 높은 가운데 지난해 말부터 유로화가 약세를 띠는 것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대우증권 김준규 연구원은 “한국타이어가 당초 올 사업계획을 환율 1,100원을 가정해 마련했으나 이대로라면 예상보다 7~8% 매출이 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다른 업체들도 사정은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올 들어 2월까지 타이어 업체들의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5.2% 증가했다.
국내 교체용 타이어가 지난해 물량 기준으로 34% 증가한데 이어 올해도 자동차보유대수 증가와 보유기간 장기화로 약 10% 정도 늘어날 전망이라는 것도 호재다.
김 연구원은 “전반적으로 타이어 업종은 지난해보다 훨씬 나아질 것”이라며 다만 “금호산업의 경우 건설 등 다른 부문의 실적, 동아나 흥아타이어는 신규사업 진출로 인한 부담 등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개별종목으로는 한국타이어 금호산업 넥센타이어 등 타이어 3사 중 한국타이어가 유망종목으로 꼽히고 있다. 내수시장 1위의 시장입지가 더욱 굳어지고 있고 포드 볼보 등 해외 자동차업체에 대한 장기 직수출계약을 마치면서 성장기반을 확충한 점이 기대감을 커지게 하고 있다.
올해부터는 중국공장의 흑자전환도 예상된다. 김준규 연구원은 “한국타이어가 해외 자동차 업체에 신차용 타이어 납품을 확대함에 따라 타이어 재구매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고 말했다.
대우증권은 이 같은 점을 들어 최근 한국타이어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에서 장기매수로 상향조정했다. 한국타이어는 올 들어 현재까지 48.8% 상승(27일 종가기준)했다.
진성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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