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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속으로] 히틀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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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속으로] 히틀러

입력
2001.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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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4월30일 56세의 나치스 지도자 아돌프 히틀러가 베를린의 벙커에서 권총을 오른쪽 관자놀이에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그 도시가 소련군에게 함락되기 직전이었다.그의 죽음과 함께 독일 제3제국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가 그 날 혼자 죽은 것은 아니다. 이틀 전에 총통과 결혼해 프라우 히틀러가 된 애인 에바 브라운도 음독 자살했다.

에바 브라운은 히틀러의 요절한 조카 겔리 라우발과 함께 이 세기의 독재자가 기묘한 사랑을 나누었던 두 여성 가운데 하나다.

히틀러는 오스트리아의 브라우나우암인에서 세관원의 아들로 태어났다. 10대에 부모를 여읜 뒤 빈으로 나가 그림을 그리며 예술가의 꿈을 키웠지만, 자신에게 재능이 없다는 것을 이내 깨닫고 그림을 포기했다.

그에게 미술적 재능이 있었다면, 그래서 그가 그림을 포기하지 않았다면, 20세기 연표의 내용은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그는 34세에 뮌헨에서 봉기를 일으켜 불법으로 권력을 탈취하려고 기도했지만, 군부와 관료의 지지를 얻지 못해 실패했다. 그 사건으로 란츠베르크 육군 형무소에 갇혀 있는 동안 그는 악명 높은 '나의 투쟁'을 썼다.

히틀러가 1933년에 수상이 되고 1934년에 총통이 된 것은 완전히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뤄졌다. 인류 역사상 가장 끔찍한 체제 가운데 하나일 나치스 정권이 대중의 지지에 따라 합법적으로 성립됐다는 사실은 민주주의의 본질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4월30일 밤을 독일에서는 전통적으로 '발푸르기스의 밤'이라고 부른다. 전설에 따르면 이 날 밤에는 세상의 온갖 마녀들이 독일의 브로켄산(山)에 모여 환락의 술잔치를 벌인다고 한다. 그 날 죽은 히틀러의 영혼도 그 잔치에 초대 받았을지 모르겠다.

고종석편집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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