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신임 총리의 첫 '전화 정상회담'은 비교적 순탄했다.김 대통령은 27일 오후 고이즈미 총리의 요청으로 이루어진 30분간의 전화통화에서 일본 역사교과서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했고 고이즈미 총리는 '원만한 해결'이라는 화답을 했다. 경제회복 대북공조 양국교류 등 다른 현안들도 폭 넓게 논의됐다.
김 대통령과 고이즈미 총리는 "압도적 지지로 총재, 총리가 된 것을 축하하며 개혁이 성공하기를 기대한다" "파란만장한 대통령의 인생에 깊은 감명을 느끼고 있으며 역사소설로 만들면 감명 깊은 작품이 될 것"이라는 인사를 주고받은 후 현안을 논의했다.
김 대통령은 먼저 "일본 교과서 문제가 한국에서 심각한 반응을 일으키고 있다"면서 "꾸준히 발전시켜 온 한일 관계가 이 문제로 손상을 입는다면 안타깝고 유감스런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통령은 "98년 방일 때 양국간 합의된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은 과거사에 대한 직시를 강조한 바 있다"면서 "양국 관계나 국제사회에서의 일본 입장을 생각해 성의 있고 적극적인 대처를 해줄 것을 부탁한다"고 주문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교과서 문제에 대한 한국 내 강경한 분위기를 보고 받았다"면서 "김 대통령이 걱정하고 있음을 알고 있으며 이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또 "일본 정부는 한일 관계라는 대국적인 견지에서 어떻게 하면 한일관계를 손상시키는 일이 없이 원만히 해결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 앞으로 긴밀히 연락하면서 지혜를 모아가고자 한다"고 답했다. 고이즈미 총리가 평소 보수 우익의 성향을 보인 점을 고려하면, 외교적 수사(修辭)라 할지라도 상당히 성의 있는 자세를 보인 셈.
남북, 북일관계에 대해서는 공조라는 원칙이 재확인됐다. 김 대통령은 한미 한일 한ㆍ미ㆍ일의 대북정책 공조를 강조하고 "북일 관계가 지역평화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과거에 없었던 남북간 전향적 흐름을 만들어낸 김 대통령의 포용정책을 지지하겠다"고 공조의 화답을 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또 "일본내 문제가 많은 데 우선 경제회복을 위한 구조개혁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고 김 대통령은 "일본 경제의 회복은 우리 경제에도 매우 중요한 만큼 구조개혁이 성공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한국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며 그래서 취임 후 처음 전화를 드렸다"면서 "한일 양국은 범아시아적으로 대처할 일이 많으니 가까운 시일 내 뵙자"고 말했고 김 대통령도 "기대한다"고 답했다.
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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