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을 고려해 낙태를 인정해야 한다.”(대한의사협회),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며, 의사들의 자의적 판단이다.”(보건복지부), “의사들의 자기 방어적 의미가 크다.사회적 합의과정을 거치는 게 순서다.”(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전국 4만여명의 개원의들을 대표하는 의협이 ‘의사윤리지침’을 통해 사실상 낙태를 인정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낙태논쟁이 일파만파로 확산되고 있다.
의협은 현실적인 상황을 감안하면 낙태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반면, 정부는 ‘위법’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낙태 강행시 ‘메스’를 들겠다는 방침이다.
또 인의협 등 보건의료 관련 단체들은 “너무 성급한 결정”이라며 우려를 표명하고, 종교계와 일부 시민단체는 ‘결사반대’입장을 보여 낙태허용 논란이 충돌양상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의사윤리지침 중 문제의 낙태관련 조항은 54조. ‘의학적 사회적으로 적절하고 합당한 경우라도 인공임신중절 수술(낙태)을 시행하는 데 신중해야 하고 산모의 건강과 태아의 생명권에 특별한 주의를 기울어야 한다’고 규정했다. ‘특별한 주의의무’만 지킨다면 낙태를 해도 무관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에 대해 인의협측은 28일 “의사들이 현실에서 암암리에 벌어지는 낙태를 내부지침에 넣어 정당화하자는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인의협 관계자는 “의사윤리지침대로라면 낙태를 금지하는 현행 모자보건법이 잘못된 셈”이라며 “낙태를 하다 적발된 의사는 의사파업때처럼 의협이 책임지겠다는 의도도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즉 의사들이 법을 무시하고 ‘자행’하고 있는 낙태를 자기방어하기 위한 ‘면피성 규칙’에 불과하다는 게 인의협측의 주장이다.
복지부측도 “낙태는 생명자체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는 행위로, 타협의 여지가 없다”며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이윤성 의협 법제이사(서울의대교수)는 “법을 지키되 사회적으로 용납이 되고 윤리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내에서 낙태를 인정하겠다는 의미”라며 반박했다.
예를 들어 중학생 임신의 경우 법상 낙태 금지에도 불구하고 당사자의 장래와 부모의 입장을 고려할 때 윤리적 판단 대상만으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다.
금전적 거래가 게재되지 않은 대리모 출산을 허용한 윤리지침 56조에 대한 논란이 그치지 않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 규정이 민법 103조 ‘선량한 풍속이나 기타 사회질서 위반행위’에 해당해 위법소지가 많다는 견해를 내놓고 있다.
김진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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