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팬들은 오래 동안 당신을 기다렸습니다. 왜 이제야 오게 됐지요?""바빴어요. 뉴욕이 한국에서 아주 멀기도 하고요. 너무 늦게 와서 슬프세요?"
우리 시대 최고의 소프라노 제시 노먼(56)은 온화한 표정 가득 함박웃음을 지으며 이렇게 첫 인사를 했다. 낮고 부드러운, 기분좋게 들리는 음성이었다.
26일 신라호텔 기자회견장에 나타난 그는 머리를 틀어올려 회색 터번으로 감고 검은 망토를 두른 차림이었다. 180㎝ 130㎏의 거구인 그는 아름다워 보였다. 28일 저녁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첫 내한독창회를 갖는다. 풀랑, 슈트라우스, 슈베르트의 가곡을 노래한다.
"독일ㆍ프랑스 가곡은 25년간 불러왔고, 내 리사이틀의 핵심 레퍼토리"라고 설명했다.
'검은 대륙' 또는 '대양'에 비유되는 깊고 풍부한 음성으로 30여년간 세계 무대의 디바(여신)로 자리를 지켜온 그는 오페라 뿐 아니라 가곡, 재즈, 팝, 영가 등 다양한 영역을 소화해왔다. 오페라만 해도 라모의 17세기 프랑스 바로크부터 무거운 바그너, 생존 작곡가 피에르 불레즈의 현대 오페라에 이르는, 매우 폭넓고 독특한 레퍼토리를 갖고 있다. "모든 종류의 좋은 음악을 좋아한다"는 말에서 음악을 대하는 그의 자세가 활짝 열려 있음을 알 수 있다.
음악 뿐 아니라 적극적인 사회 봉사활동으로도 존경받는 제시 노먼. 그는 "모든 사람은 서로 연결돼 있지요. 서로 격려하고 도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살아있다는 것이 가장 큰 축복이지요."라고 말했다. 따스함과 부드러움, 그 안에 깃든 깊은 지성의 힘이 오늘의 제시 노먼을 만들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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