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가탄신일(1일)과 어린이날(5일)로 시작되는 5월 가정의 달. 일부 초등학교는 아예 첫 주 전체를 '봄방학'으로 정하고 자연 체험학습의 기회를 주고 있다. 온 가족이 함께 떠나자. 오자마자 떠날 채비를 하는 봄을 만나러.아이들과 함께 가슴 깊이 간직할 수 있는 향기로운 추억이 기다리고 있다.
■허브나라(강원 평창군 봉평면)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고향 봉평에 자리한 허브나라는 1995년에 문을 연 국내 최초의 허브농장. 허브란 '인간 생활에 유용한 향기로운 푸른 식물'의 총칭으로 약초, 향초, 향미채소 등을 일컫는다. 허브나라는 100여 종의 허브를 재배한다.
페파민트, 라벤다, 로즈마리 등 귀에 익은 허브는 물론 야로우, 소프워트, 단델리온 등 전문가가 아니면 듣도 보도 못한 것까지 다양하다.
허브가든은 허브 꽃이 지천으로 피어 있는 곳. 초등학교 운동장만한 허브밭에 색깔과 향기별로 꽃이 심어져 있다. 모든 꽃에 이름표를 붙였고 사람의 생활과 관련한 해설을 써 놓았다.
아이들과 꽃이름을 외우며 한 바퀴를 돌아보자면 한 나절이 모자랄 정도이다. 농장만 있는 것이 아니다.
허브를 이용한 레스토랑, 허브 상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전시실, 통나무 별장 형태의 숙박시설이 함께 있다. 허브 제육, 허브 닭찜 등은 이 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별미이다.
주변의 경관이 아름답다. 허브나라가 자리한 곳은 흥정계곡의 중간. 평창강의 상류인 흥정계곡은 물이 맑기로 유명하다.
주민들만 쉬쉬하며 찾던 곳인데 허브나라가 문을 열면서 외지에도 알려졌다. 기암 사이로 폭포를 이루며 흐르는 계곡물이 신록의 빛을 받아 더욱 싱그럽다. 허브나라 (033)335-2902
■석모도(인천 강화군 삼산면)
생생한 자연과 불교의 향취에 함께 젖을 수 있는 여행지. 광활하게 펼쳐진 민머루해변의 갯벌과 서해안에서 으뜸 기도 도량으로 꼽히는 보문사가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가깝다는 것도 매력이다.
본격적인 여행은 석모도행 카페리가 출발하는 강화 외포리 선착장(032-932-6007)에서 시작된다. 여행객 대부분이 차를 갖고 섬에 들어가기 때문에 포구에는 사람 대신 차가 줄을 선다.
아이들에게는 이 모습부터 신기하다. 카페리는 대형이다. 차가 배 위에서 U턴해 가지런히 정열하면 승용차 48대가 들어간다.
배를 타기 전에는 새우깡 한 봉지가 필수. 하얀 갈매기떼가 배를 따른다. 새우깡에 길들여져 물고기를 잡는 본능마저 잊은 듯한 이 갈매기들은 식당의 쓰레기통까지 뒤진다. 그래서 '거지 갈매기'라는 별명이 붙었다.
민머루는 길이 2㎞에 달하는 넓은 해변. 물이 빠지면 갯벌이 펼쳐진다. 지난해 천연기념물 제419호로 지정된 곳이다.
끝까지 걷는데 다리가 아플 정도로 넓다. 게, 고둥이 갯벌 가득 널려 있다. 아이들이 갈아입을 옷만 챙긴다면 계속 환호성이 터지는 즐거운 하루가 보장된다. 민머루해변의 언덕에서 바라보는 낙조가 아름답다.
보문사는 낙가산 중턱에 자리잡고 있다. 오르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지만 길이 가파르다. 허술한 슬리퍼나 굽 높은 신을 신었다가는 낭패를 본다.
보문사 참배의 하이라이트는 마애관음보살입상. 눈썹바위라는 절묘하게 생긴 바위 아래 거대한 관음보살상을 새겨 놓았다. 365개의 계단을 올라야 하는데 오르기가 만만치 않다.
문의 삼산면사무소 (032)932-3001
■고수동굴(충북 단양군 단양읍)
5억 년 세월의 신비를 경험할 수 있는 동굴. 천연기념물 제 256호로 지정돼 있으며 한반도의 석회암 동굴 중 가장 역동적인 모습을 자랑한다.
임진왜란 당시 피난길에 올랐던 밀양 박씨 일가가 이 곳에 정착했는데 키 큰 풀(姑)이 많이 우거져(藪) 고수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동굴은 입구에서부터 철골 난간과 계단으로 길을 내 놓았다. 가끔 허리를 구부려야 하는 좁은 통로와 가파른 계단이 있지만 아이들도 쉽게 돌아볼 수 있다. 사자바위, 문어바위, 독수리바위, 마리아상 등 120여 개의 종유석과 석순이 사방에서 호위한다.
고수동굴 여행에는 큰 보너스가 따른다. 단양팔경과 충주호이다. 단양팔경 중 으뜸으로 치는 도담삼봉이 가장 가깝다. 도담삼봉은 고수동굴 입구 바로 앞에 있다.
조선의 개국공신인 삼봉 정도전이 자신의 아호를 이 봉우리에서 따왔다. 세 개의 바위가 물위에 떠있고 정자가 올라있다. 그림이 따로 없다.
원래는 남한강 줄기의 강심에 솟아있었는데 이제는 호수(충주호)가 됐다. 선착장에서 유람선(043-422-5593)을 타고 돌아보는 것도 좋다. 문의 단양관광안내소 (043)422-1146
■한국자생식물원(강원 평창군 도암면)
한국의 토종 식물과 꽃을 가꾸고 전시하는 곳. 원래는 솜다리(에델바이스)를 대량으로 증식하기 위한 농장이었으나 자생식물 전체로 재배를 확대하고 1999년 7월 식물원으로 문을 열었다. 매년 4월 초부터 10월 말까지(오전 9시~오후 6시) 일반에 개방한다.
입장료를 내는 대신 3,000원 정도 가격의 우리 꽃 분재를 사면 입장할 수 있다.
식물원은 실내전시장, 주제원, 생태식물원, 야생화군락지, 천연ㆍ특산식물, 등산로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비안'이라는 이름의 작은 카페도 있다.
모두 돌아보는 데 2~3시간 정도가 걸린다. 지금 봄에 피는 꽃이 절정이다. 깽깽이풀, 할미꽃, 제비꽃, 노루귀, 큰앵초 등 작지만 소박하고 섬세한 우리 꽃을 감상할 수 있다.
관람객의 원활한 이동을 위해 삼각대를 이용한 촬영을 금지하고 있다.
한국자생식물원은 강원도의 명찰 월정사로 들어가는 입구에 위치해 있다. 당연히 월정사와 오대산 계곡, 상원사를 함께 돌아볼 수 있다.
내친 김에 4대 적멸보궁(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곳) 중 하나인 상원사 적멸보궁까지 가보자. 가벼운 등산코스로 제격이다. 한국자생식물원(033)332-7069
■심포 갯벌(전북 김제시 진봉면)
전북 김제시는 한반도에서 유일하게 지평선을 볼 수 있는 곳. 만경강과 동진강이 만들어 놓은 김제, 만경평야가 있다.
두 강 사이에 서해로 돌출된 땅이 있는데 진봉반도이다. 반도의 끄트머리에 심포라는 작은 포구가 있다. 심포 앞바다는 썰물이면 10㎞의 갯벌이 드러난다.
새만금간척사업이 강행되면 논으로 변할 운명에 처한 곳이다. 이 갯벌은 비싼 조개인 백합의 보고이다. 그래서 심포를 옛날에는 '돈머리'라고 불렀다. 돈이 많은 부자 동네라는 뜻이다.
백합뿐 아니라 생합, 죽합, 쏙 등 수많은 갯벌 생물이 살아간다. 망둥어낚시도 할 수 있다.
물이 빠지면 지대가 낮은 갯벌이 수로처럼 변하는데 물 반, 방둥어 반이다. 민낚싯대에 아무 미끼나 끼워 던지면 쉽게 매운탕 거리를 장만할 수 있다.
갯벌이 너무 넓어 물때(물때 문의는 김제수협 진봉출장소 063-545-2611)를 잘 맞춰 들어가야 한다.
물이 들기 3시간 전에는 나와야 하는데 늦으면 망망대해에 갇히게 된다. 특히 주민들의 양식장이 곳곳에 있기 때문에 반드시 확인한 후 갯벌 탐사를 해야 한다.
심포항 바로 옆에 야트막한 야산이 서있고 꼭대기에 망해사라는 작은 절이 있다. 망해사는 지평선과 수평선을 함께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아직 광활한 논에 벼는 심어져 있지 않지만 푸르스름한 봄물이 한창 올라 있다.
권오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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